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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대과업 물꼬트고 사퇴한 조국

검찰개혁 대과업 물꼬트고 사퇴한 조국

 

가족을 둘러싼 숱한 의혹 속에서 검찰개혁의 책무를 안고 취임한 조국 법무부장관이 35일만에 전격 사퇴했다. 장관으로서 시간은 고작 한달에 불과했지만 그의 존재는 태풍의 눈으로서 전국을 뒤흔들었을 뿐 아니라 향후 또 다른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후보 지명 직후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딸의 부당한 입시의혹과 부인 정경심교수의 딸 표창장 위조, 증거인멸 시도, 사모펀드, 웅동학원 문제 등 온갖 의혹과 불법 시비는 두 달간 전 국민의 눈과 귀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특히 딸의 부당한 입시의혹은 상류사회의 ‘그들만의 리그’를 들춰내 많은 젊은이와 국민들에게 위화감과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사법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할 법무장관의 가족이 의혹에 휩싸이면서 검찰이 현직 법무부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조국 구하기’에 나선 집권여당과 이에 맞선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조국 사퇴’ 정치적 공방은 전 국민을 양분하는 불씨가 되었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마저 조국 공방으로 난타전을 벌였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서초동 촛불과 ‘조국퇴진’을 주장하는 광화문 촛불이 숫자대결을 벌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온 국민의 염원이자 시대적 과업인 검찰개혁의 본질은 희석되고 조국 일가의 의혹 논쟁으로 소모전을 치른 양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조국 장관의 검찰개혁 행보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검찰권한 축소와 피의자 인권보호 등 핵심 개혁사안이 국민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정리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만하다.
조국 장관이 사퇴의 변에서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고 말한 대목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제부터는 조국 장관이 물꼬를 튼 검찰개혁을 제도적으로 완성해나가는 작업이 중요하다. 정치권은 이제 불덩이 같은 정쟁의 포화를 내려놓고 국민들이 원하는 검찰개혁의 마무리에 진지하게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두 달 이상 뒷전으로 밀쳐두었던 민생입법과 일본경제 전쟁 등 발등의 불을 살피는데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