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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한재골에서

한재골의 봄
-박준수


눈보라 휩쓸고 간 병풍산 산마루에서
아득히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
백제군사 재 넘어 오는 함성 소리
봄은 복병처럼 나타나
불쑥 꽃망울을 터뜨리고
내 가슴에 핏빛 화살을 쏜다
계곡에 켜켜이 쌓아둔 설산의 비밀은
산산이 부서져 산 아래로 흩어지고
엄동설한 심장을 채찍질하며 도모했던 부흥의 꿈
허망하게 사위여
바위틈새 눈물로 고이네
편백나무 침엽수림 마른 잎새에 일렁이는
그대의 뒷모습
봄은 헛것을 본 듯 가까이 환생하고
몸져누운 들판은 무릎팍을 일으켜 세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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