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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까마귀의 고향

까마귀의 고향


까~악 까~악
이방의 언어로 노래하는
까마귀의 고향은 시베리아 아무르강
빗살무늬 토기 굽던 머 언 옛날부터
남쪽나라 햇볕 그리워 겨울이면 수만 마리 떼지어
한반도 비아 땅에 찾아 왔네
어쩌면 이곳은 그들의 조상들이 다녀갔던
유랑의 땅
영산강 굽이굽이 흐르는 향톳빛 들판에
고구려 삼족오 신화 눈발이 되어 점점이 휘날릴 때
유년시절 미지의 흙 내음을 맡으러
시린 발자국 남겼네
삼한 땅, 머언 하늘을 가로질러
겨울 화선지를 검게 물들인 까마귀 떼
남으로 남으로 진군하는 수 천년의 세월
시나브로 문명의 물결에 타향으로 변해버린 이곳에
옛 하늘은 그대로 인데
그대를 반겨줄 황톳빛 들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까~악 까~악 부르는 소리 귓전에 아련히
비아 땅에는 감꽃도, 배꽃도 피지 않고
회색 도시에 황사바람만 나부기고 있네
이제는 오지 않는 귀로(歸路)에서
귀 먼 실향민이 되어 까~악 까~악 환청에
빈 하늘 쳐다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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