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작노트

다시 들판에서

다시 들판에서


어둠이 밀려난 집 마루에 새벽별이 떨어진다
샘물은 다시 눈을 뜬 채 하얀 입김을 피어 올린다
어머니의 마른 기침소리가 꿈속의 나를 깨운다
홑겹으로 지새운 방을 나와 칼바람을 향해 달린다
푸르스름하게 무서리 깔린 겨울 들길은
성자의 눈빛처럼 빛나고 고요하다
순하게 잠들어 있는 세상은 마치 천국과 같다
낮은 곳일수록 평화는 쉽게 찾아온다
아무도 길을 나서지 않은 도시는 들판이다
야성의 심장을 찢고 솟구치는 피가 활활 타오른다
생존을 위해서는 뿌리를 박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한 그루 나무가 되도록 빌고 빌어야 한다
언제가는 고사목이 되어 몸뚱이 하나로 서 있을지라도
다시 들판에서 고난의 십자가를 끌고 골고다의 언덕을 넘어야 한다.


'시작노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직공원 가는 길  (0) 2020.03.17
유리궁전  (0) 2020.03.13
광주천의 봄  (0) 2020.03.05
사물이 기울어 보일 때  (0) 2020.02.26
한재골에서  (0) 2020.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