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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서식품의 지속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월요차담>

 

동서식품의 지속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기업들의 한결같은 로망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지속성장일 것이다. 처음엔 불꽃처럼 일어났다가도 어느 순간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기업들이 부지기수이다. 기업들 사이에서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란 말이 금언이 된 것도 그만큼 기업의 부침이 심하다는 뜻이다.
10년전 국내 100대 기업에 속하며 승승장구했던 기업 가운데서 현재 순위에 밀려난 기업들이 적지 않은 형편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기업들이 매출과 실적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아랑곳 않고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 있다.
커피와 차 제품으로 잘 알려진 동서식품의 경우 연 2조원 매출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1968년 창업 이래 50년 동안 보여준 경영철학이 남다르다.
창업주의 유명한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 창업주는 젊은 시절 이병철 회장이 설립한 삼성상회에서 쌀배달 직원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고 한다. 삼성의 성장과 함께 그는 전주제지로 옮겨 근무했다. 어느 해 여름 폭우가 쏟아지던 날 그는 장대비를 맞으며 자재를 덮고 있었는 데 때마침 공장을 둘러보던 이병철 회장의 눈에 띄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이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창업주는 외국 합작사와 손잡고 커피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경험도 없고 자본도 빈약한 터라 합작사에서 보증을 서줄 회사를 요구했다. 이때 이병철 회장이 흔쾌히 보증에 나섰다. 그래도 합작사가 미심쩍어 하자 이 회장이 직접 공항까지 합작사 관계자를 마중을 나가 안심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삼성은 커피사업에 진출하지 않았다.
동서식품은 어려울 때 함께 한 직원은 절대 자르지 않는다고 한다. 고졸 여사원이 입사해서 정년때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흔하다. 고액연봉이라 한 명의 월급으로 여러 명의 신입사원을 고용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지방대 출신 한 임원은 정년(60세)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중역으로 재직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사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리고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많은 이익을 내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만큼 신뢰를 소중히 생각한다.
동서식품은 준법경영, 투명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회공헌이나 기부활동도 소리나지 않게 하는 게 원칙이라고 한다.
서울 소재 모 대학 교수가 이 기업의 성장 비결을 알아내고자 연구를 시도했으나 뚜렷한 요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오너의 경영철학 혹은 기업문화가 이 기업의 지속성장에 가장 크게 작용했을 거라는 추론에는 이의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