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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비아마을 박물관’을 만들자

‘비아마을 박물관’을 만들자


광주 광산구 비아동에는 요즘에도 1일과 6일 닷새마다 비아오일장이 열린다. 비아장은 조선 말에 생겨나 오늘날까지 10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비아의 지명도 비아장으로부터 유래되었다. 이렇게 비아장이 오래도록 지속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주민들의 생활 깊숙이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비아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으나 광주광역시로 편입되면서 도시화가 촉진되었다. 특히 1993년 첨단단지가 들어서고 2000년 이후 수완, 신창지구가 개발되면서 급속히 도시로 탈바꿈했다.


도시화로 옛 향토자산 소멸 위기


지금도 옛 면소재지였던 비아동으로부터 장성 남면쪽으로는 여전히 농촌사회의 모습이 남아있다. 
특히 비아는 옹기를 만드는 마을이 있었고 일제강점기에 개교해 100년을 맞이한 비아초등학교와 대규모 과수원이 조성되는 등 향토사 측면에서 이색적인 구석이 많은 곳이다. 또한 일제강점기 개설된 신작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비아동 중앙로는 상가건물만 바뀌었을 뿐 예전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금도 도로변에는 박원삼 공덕비와 김경렬 공덕비 등 비석들이 남아 있고, 월계동에는 전방후원분으로 알려진 장고분과 탐진최씨 문중의 무양서원이 자리하고 있어 역사의 흔적을 살필 수 있다.
비아는 개발바람으로 원래 살던 주민 대부분이 정든 터전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지만 일부는 비아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농촌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어 정서적으로 결속력이 강한 편이다.
그러나 최근 첨단 3지구 개발 등으로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남아있던 옛 향토자산들이 사라지고 공동체문화가 해체될 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현재 고향을 지키고 있는 몇 안되는 원주민들이 떠나거나 세상을 등지고 나면 더욱 공허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마을 토박이를 중심으로 옛 농경시대 생활자료를 수집해 마을박물관을 꾸미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박흥식 비아농협조합장이 가장 적극적이다. 비아 응암마을 출신인 그는 농협 비아지소 2층에 공간을 마련해 집에 있던 농기구와 생활도구를 가져다 놓는 한편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옛 물건들을 수집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때마침 광산구가 현재의 오래된 주민센터를 철거하고 새 청사를 건립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비아마을 박물관 건립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비아동 105번지에 소재한 2층 규모 비아동 행정복지센터가 낡고 협소해 새롭게 복합청사 신축을 추진중이다.


신축 주민센터에 역사문화 공간 마련


행정복지센터 전체 부지는 2,140㎡(648평)로 이곳에는 기존 복지센터 외에 주차장과 무허가 주택 2동, 그리고 1944년 지어진 고풍스런 한옥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예산 35억원을 들여 짓는 신청사는 현재 기획단계로 주민의견 수렴과 설명회를 거쳐 하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향토자산을 모아 비아마을 박물관을 건립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신축 청사내 공간에 마을박물관을 조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 비아동 행정복지센터 바로 옆에 80년된 한옥이 고풍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한옥이라는 전통문화 공간에 마을 역사문화 콘텐츠를 전시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곳은 현재 주민협의체가 카페 겸 활동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비아오일장 내에 일정 공간을 확보해 박물관을 꾸미면 방문객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가 되고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시장안에는 ‘맹글라우 목공소’ 등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이 아니더라도 시장과 인접한 장소에 새로 아담한 박물관을 지어도 충분히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비아마을 박물관이 조성되면 원주민들에게는 정겨운 고향의 흙냄새를 일깨워 주고,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공간에 대한 애착심을 갖게 함으로써 문화적 연대감을 회복할 수 있게 해 것이다. 아울러 지역 향토사 연구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 지역역사 문화 교육에 유용한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