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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봄 기차

봄 기차

봄 기차는 굴렁쇠 바퀴 굴리며 온다
뙈~왜 기적소리와 함께
보슬비 뿌리고간 자리에 파릇파릇 돋아난 어린 이파리들
지난 겨울이 웅크리고 있던 들판을 한 뼘 밀어 올린다
그녀를 태운 기차가 간이역을 스쳐간다
보드라운 손으로 보리순 캐던 순이 얼굴이
흐린 차창에 맺힌다 
철길 가에 좌판을 펼치는 봄꽃들
간수를 대신해 풀잎같은 깃발을 흔들며 
멀어지는 건널목의 풍경을 환송한다
철교 아래 느릿느릿 흐르는 드들강 강물 
수줍은 듯 입술에 엷은 미소를 띤 채
쇠바퀴 소리에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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