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여수
영취산도 돌산바다도 봄비에 젖어
안개 속으로 번지를 옮겼다
도시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가랑비가 유령처럼 긴 머리를 풀고
흐릿한 지번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동백꽃 무더기로 바다에 떠돌고
파도소리 대신
무적(霧笛)이 길게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날처럼 그녀는 오지 않고
나는 오동도 방파제에 등대처럼 서있었다
그 섬을 휘이 돌아나와
흠뻑 젖은 옷을 한 꺼플씩 벗은 후에야
꿈을 깬 듯 알았다
나도 몰래 흑백사진 한 장 남겨두고 왔더라
눈앞에 삼삼히 어른거리는 섬섬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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