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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3월의 빗소리

3월의 빗소리

똑 똑
늦잠을 자고 있는 나를 누군가 깨우고 있네요
봄이 왔노라고
이제 그만 일어나 창밖을 보라고
페르세포네* 그녀가 나를 부르는 소리, 봄비가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와 
나의 몽롱한 의식을 핥고 있네요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는
겨울의 묵은 더께를 씻겨 내느라 
때론 굵게 때론 부드럽게 이곳 저곳을  어루만지다가 
툭툭 대지에 노래  한소절이 되어 꽂힙니다
무심한 표정으로 칼바람에 마주했던
대지에 다시 시간이 흘러듭니다
강가 물푸레나무가 그리운 기억을 피워올립니다
명부의 겨울을 도망쳐온 기차가 기운차게 하데스*를 무너뜨리고 달려옵니다
철도원이 푸른 깃발을 흔들며 수신호를 보냅니다
3월은 그렇게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습니다
이제 기차에서 내려 봄꽃들을 맞으러 가야할 차례입니다.
*페르세포네:봄처녀, 하데스:명부의 신, 페르세포네를 납치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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