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앓이
바람처럼 어깨 스치고 간 한세월 돌아보니
금당산 아래 먼지 낀 고샅길이 희뿌옇다
아내와 세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낡은 아파트
아이들 방은 어느새 빈 둥지로 남아
잔 깃털이 허물처럼 부스스 허공을 떠돈다
빛바랜 벽지에는 고사리손으로 쓴 상형문자
손때 묻은 참고서에는 깨알같은 메모들이
알타미라 동굴 속 벽화처럼 까마득히
머-언 기억으로 박혀있다
나와 아내가 애증을 피워내던 공간도
이제 머잖아 석별의 순간이 밀려들어
마음속 사진첩에 흑백사진 한장 간직되리라
육십인생 여행길 잠시 멈췄던 간이역처럼
차창 밖으로 손 흔들며 한참을 멀어져가는 풍경 바라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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