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인협회 회장 선거에 관하여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광주는 ‘문학의 고장’이라 불리울 만큼 걸출한 문인들을 많이 배출한 도시이다. 일제강점기 솔머리에서 태어난 용아 박용철을 필두로 ‘고독의 시인’ 김현승, 박성룡, 김남주, 김준태, 곽재구 시인 등 뭇별같은 인물들이 한국문단을 밝혔다.
이는 광주가 호남의 중심도시로서 많은 지식인들이 모여든 결과이기도 하지만, 근현대사 전개과정에서 광주의 지정학적 위치가 남달랐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광주는 지식인들에게 시대적 고민을 요구하고, 이를 언어로 표출하게 이끄는 격랑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는 문학이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시대적 변혁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문학적 성과와 전통은 ‘광주정신’으로 표상되어 오늘날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광주문단은 크게 보면 광주전남작가회의와 광주문인협회(이하 광주문협)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5-6명 하마평 치열한 경쟁
문단의 한 축인 광주문협 회장 선거가 오는 12월에 치러질 예정이다. 현재까지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른 문인은 대략 5-6명 선이다.
이 가운데 김석문 시인(아시아서석문학 발행인)이 가장 먼저 출마의사를 피력했고, 박덕은 시인(전 전남대교수), 이근모 시인(전 광주문협 부회장)도 적극적인 출마의지를 가지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문학활동 이력과 작품을 공유하며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현 광주문협 부회장인 박길무 시인, 김용하 수필가가 출마를 고려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탁인석 현 회장(수필가)도 표면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으나, 주변에서 추대가 있을 경우 연임에 도전할 의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광주문협 회장 선거는 추대 형식으로 선출되거나 기껏해야 2-3명이 경합하는 양상이었다. 이처럼 다수의 문인들이 회장 출마에 관심을 나타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 문협 일각에서는 내년 세계한글작가대회 광주유치를 앞두고 회장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렇듯 다자간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벌써부터 문단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몇몇 출마 예정자들은 그간의 문단 기여도를 내세우며 적임자임을 호소하는 동시에 자신이 양성한 문인들을 대거 문협 회원에 가입시켜 세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신규회원이 상당수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다 보니 문자전송 과정에서 명예훼손문제로 법적 다툼이 일어나는 등 일부 부작용도 촉발한 상황이다.
그러나 대다수 문인들은 여느 이익단체 선거나 정치판과는 다른 문학동네다운 회장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광주문협 변화와 개혁 기대
광주문학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면 풀어내야 할 현안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한때 광주문학관 건립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었을 때 활발한 토론과 결의를 다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진행과정에 대한 논의나 관심은 시들한 상황이다. 변변한 기금도 없는 열악한 재정형편으로 기관지인 ‘광주문학’ 고료 지급도 빠듯한 상황이다. 권위있는 문학상 제정을 통한 창작열기를 북돋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여물지 못한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광주문협이 단순한 친목단체나 동호인단체를 넘어서 명실상부한 광주문학의 적통을 잇기 위해서는 문학단체의 권위와 위상을 회복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 산적한 현안을 풀어낼 수 있는 추진력과 역량있는 회장 선출이 필수적이다.
명예욕이나 충족하고자 회장직을 탐한다면 광주문협의 위상은 더욱 퇴보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광주문협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인물은 문단 안팎에서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 조건으로는 첫째, 문학적 성과가 뚜렷해야 한다. 두 번째, 회원들과 두루두루 폭넓은 소통을 할줄 아는 마당발이어야 한다. 셋째, 열악한 재정을 개선시켜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외섭외력이 있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출마 예정자 5-6명 가운데 누가 보다 더 이 조건에 부합하는지 추후 검증과정에서 분명히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따라서 출마예정자들은 회장으로서 광주문협의 변화와 개혁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세 가지 덕목에 대해 타 후보보다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진정성 있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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