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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철도문화의 숨겨진 보물, 광주 극락강역

 

철도문화의 숨겨진 보물, 광주 극락강역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광주시 광산구 신가동에 일제강점기에 개통한 극락강역이 100년의 시간을 품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뒤안길 한 켠, 아담한 역사(역건물)를 비롯 잘 정돈된 화단과 철조망 담장 너머 키 큰 나무들이 마치 비밀정원에 들어온 느낌이다.

동화 속 그림처럼 예쁘고 아담한 이 역을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꼬마역이라 부른다.

19227월 남조선철도 간이역으로 영업을 개시한 극락강역은 역장 관사 건물 등 옛 시설 일부가 아직 남아 있어 호기심을 자아낸다. 역사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관사건물은 현재 민간에 매각되어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으나 일제 적산가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극락강역은 맞배지붕을 한 역사건물과 부속시설들이 잘 보존돼 2013년 철도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작은 꼬마역애칭

극락강역은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우나 한 때 남광주역처럼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192493일자 매일신보에 따르면 비아면 상인회가 극락강역 앞에 오일장(장날 5,10)을 개설한다는 기사가 실려있다.

또한 1936418일자 매일신보에는 밤중에 극락강역 사무실에 절도범이 침입하여 금고를 부수고 안에 있는 현금을 꺼내갔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역사건물은 한국전쟁으로 소실됐다가 1959년 급하게 복구하느라 벽면이 거칠게 마감된 흔적이 남아 있다.

극락강역은 100년의 오랜 연륜을 가지고 있지만 남광주역(폐역)이나 송정역과 달리 시민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름없는 들꽃같은 역이었다.

그러나 201612월 광주역-송정역을 오가는 통근열차 운행을 계기로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셔틀열차는 광주역-극락강역-광주송정역 14구간을 15분만에 연결해준다. 이 때문에 광주 북구와 동구 주민들이 빠르고 편리하게 광주송정역을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극락강역은 하루 39회 열차가 정차하는데, 이중 30회는 광주역-송정역을 운행하는 통근열차이고, 나머지 9회는 목포행과 용산.서대전행 열차가 왕복운행되고 있다.

특히 극락강역은 2017년 코레일 광주본부 고향역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이듬해 제1회 극락강역 문화축제를 개최해 일약 전국적인 관광 테마역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문화축제는 극락강역에서 셔틀열차를 타고 광주역으로 이동하면서 진행하는 철도문화 체험 프로그램으로, 열차안에서 철도퀴즈, 유라시아열차(극락강역-런던) 승차권 개찰, 꼬마역장의 안내방송, 이동매점 등 추억의 열차를 그대로 재현한 행사이다.

 

문화축제와 아울러 15명으로 구성된 홍보기자단의 열띤 취재활동으로 극락강역의 숨겨진 매력은 순식간에 전국에 알려졌다.

 

이 문화축제는 2020년까지 모두 4차례 개최되었으며, 2021년부터는 지자체의 지원과 연계해 극락강역 문화예술 체험행사’, ‘꼬마열차 타고 오늘이 가장 젊은날등 행사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

 

연간 5만 명이 찾는 핫플레이스

 

극락강역 대합실에 들어서면 박물관에 온 듯, 벽에 걸린 빛바랜 철도 사진과 철도원 제복이 눈길을 끈다. 2017년 부임한 나광선 역장(58)이 직원 및 주민들과 함께 역 구내 공간을 활용해 정원을 만들고 포토존을 꾸미는 등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테마 관광역으로 탈바꿈시켰다.

극락강역은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계절마다 색다른 풍광이 연출된다.

봄에는 화사한 꽃들이 만개하고,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에 감싸인 철도 정원, 가을에는 노란 은행나뭇잎이 날리는 플랫폼, 겨울에는 눈덮인 설원을 배경으로 이어지는 철길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주말에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셔틀열차를 타고 광주송정역에서 내려 1913송정역시장 투어를 즐기고 돌아온다. 야간에는 열차를 유도하는 형형색색 조명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오기도 한다.

이처럼 포근한 고향역 이미지와 풍성한 스토리를 간직한 극락강역은 이제 연간 5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로 핫플레스가 되었다.

이에 발맞춰 코레일과 광주시는 극락강역을 광주의 으뜸 관광명소로 가꾸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극락강역 부지 내 기능을 잃고 흉물로 방치된 현대시멘트 사일로를 38억을 들여 리모델링해 복합문화재생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놀이, 체험, 전망대, 철도박물관 등이 개장되면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 더 늘어나 문화발전소의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숨겨진 철도문화의 보물, 극락강역이 광주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해 전 국민의 사랑받는 테마역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