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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산강의 재발견 ‘Y프로젝트’

영산강의 재발견 ‘Y프로젝트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오늘날 도시는 강을 중심으로 발달해왔다. 강은 인류 문명의 시작점이자 구심점으로서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최근 강은 문명 발원지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 도시연합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한 관광자원, 신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 세계 각 도시들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강의 보존과 수변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광주시가 민선 8기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영산강·황룡강변 ‘Y벨트조성 사업에 착수해 관심을 모은다. 영산강과 황룡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형상화해 ‘Y프로젝트라고도 불리는 이 사업은 도시 중심을 흐르는 강의 생태적 특성을 살려 지역의 미래와 발전 전략을 디자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강은 인간 활동이 축적된 공간

 

광주시는 다음 달까지 용역 기관을 선정해 10개월간 역사·문화·생태 자료 구축, 문화관광 시설 구축 방안, 사업 범위, 재원 마련 방안 등 구체적 사업 계획을 구상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용역에서는 시민 휴식을 위한 수변공간 조성, 새로운 관광자원 개발뿐 아니라 친환경 자원의 효율적 관리, 생태복원 등 방안도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영산강은 담양군 용면 용추산에서 발원하여 목포하구언까지 유로 길이는 136.0이다. 이 가운데 광주시내를 흐르는 물줄기는 극락강과 황룡강으로 광주천을 비롯한 많은 지천이 합류하고 있다. 이로써 영산강은 광주시민의 젖줄로서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농경문화와 수운(水運), 어로(漁撈), 민속 등 인간활동이 축적된 공간이다.

석기시대 광주 치평동 유적을 비롯 청동기시대 지석묘, 철기시대 옹관묘 등 시대별 유물이 발견되었으며, 벼농사와 관련된 신창동 저습지 유적이 확인되었다. 또한 서창나루, 선암나루, 덕풍나루 등 수운이 발달하였으며 줄다리기와 용신제 등 용신신앙과 용과 관련된 설화가 전승되어왔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강은 각종 오폐수로 뒤범벅이 되어 시름시름 앓았는가 하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자연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깊은 생채기를 입었다. 뿐만 아니라 현재도 교량건설과 산업단지 조성 등 대규모 개발사업 과정에서 강의 원형이 훼손되고 생태계가 위협받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시대 흐름에 맞춰 강이 지닌 생태·문화적 가치의 재발견을 통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도시경쟁력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지금 선진국 도시들은 산업화시대 매립한 강의 물줄기를 복원하고, 강 수변공간을 창조적 문화벨트로 개발해 도시의 활력을 높이고 있다.

프랑스 파리시는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평균 2.3상승하자 파리로부터 약 21떨어진 비에브르(Bievre) 강을 다시 복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강이 흐르면 물 분자가 공기중의 열기를 흡수해 지표면의 기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앙느 이달고(Anne Hidalgo) 파리시장은 지난해 녹색당과의 연대 조건으로 비에브르 강을 부활시키는데 동의했다. 현재 이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며, 1,600만 달러를 들여 2026년까지 파리시내 구간 물줄기를 되살릴 계획이다.

 

버밍엄 운하 핫플레이스 변신

 

또한 이탈리아 베니스에 비유될 만큼 운하가 많은 영국 버밍엄은 기능을 잃고 버려졌던 운하를 되살려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버밍엄운하는 17-18세기 산업혁명시대 석탄과 철의 운송루트로 개발돼 번영을 구가하다가 1830년대 이후 철도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상실했다. 버밍엄시 당국은 1970년대까지 쓰레기로 가득찬 도심운하 주변을 개발해 관광지로 탈바꿈시켰다. 운하 개발자의 이름을 딴 브린들리지구(Brindley place)는 운하 주변에 노천카페와 맥주집(Pub),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어 관광객으로 넘쳐나며 간혹 물살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유람선이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브린들리 지구는 운하 좌우로 유명한 국립해양생태관을 비롯 현대미술갤러리, 극장, 레스토랑, 카페 등 사람을 끌어모으는 흡입력 있는 공간이 포진해 있다. 또한 인근에는 ICC(컨벤션센터), NIA전시장, 음악거리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버밍엄운하는 한마디로 버밍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영원한 시간의 물줄기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운하의 물줄기가 이들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쇠락해가는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창조적인 도시개발정책의 성과라 할 수 있다.

광주시가 이번 ‘Y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도시브랜드를 재발견·재구조화·재창출하는 계기가 되도록 심혈을 기울여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