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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길 위에서

길 위에서

 

박준수

 

정지된 길 위에

가을이 붉게 물들고 있다

 

모두가 외로워 서걱거리는

계절에

무등산 입석대 서석대처럼

면벽수행하는 도반이여,

 

풍진세상 뒤안길을 돌아서

두겁 쓴 멍에를 훌훌 벗어버리고

흉중 깊이 묻어둔 화두를 벗삼아

지상으로 침잠하는 낙엽

 

정지된 길의 끝자락에

이정표는 허무한 것

한 계절이 지날 때까지

눈보라 속에서 가부좌 틀며

아린 별 아득히 지새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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