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일기
박준수
무등산 발 아래 흐르는 출렁임이
진양조 가락으로 억새춤을 출 때
나는 긴 목을 가진 사슴처럼 유랑하리라
강가 물푸레나무 낙엽 진 길을 따라
님의 눈물어린 마파람 맞으며
논배미마다 꺾인 죽창, 피묻은 깃발을 뒤로 하고
흙바람 속으로, 흙바람 속으로
진군하리라
텅 빈 대지 위에 드리워진 개벽세상은
영산강 목마름처럼 허허롭고
저 만치 멀어진 길은
늦은 계절 언덕에 핀 수국이 어여쁘다
말없이 떠난 까마귀떼 다시 돌아오는 길목에 서서
나는 백제의 유민처럼
밤새 돋은 별을 헤아려본다
어디쯤에 천불천탑의 꿈이 일어서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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