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박준수
정지된 길 위에
가을이 붉게 물들고 있다
모두가 외로워 서걱거리는
계절에
무등산 입석대 서석대처럼
면벽수행하는 도반이여,
풍진세상 뒤안길을 돌아서
두겁 쓴 멍에를 훌훌 벗어버리고
흉중 깊이 묻어둔 화두를 벗삼아
지상으로 침잠하는 낙엽
정지된 길의 끝자락에
이정표는 허무한 것
한 계절이 지날 때까지
눈보라 속에서 가부좌 틀며
아린 별 아득히 지새우는가.
'시작노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콩대를 뽑으며 (0) | 2022.11.15 |
---|---|
사냥 나간 아내를 기다리며 (0) | 2022.11.12 |
영산강 일기 (1) | 2022.11.07 |
젊은 날을 퇴고하며 (0) | 2022.10.31 |
담양을 추억하며… (0) | 2022.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