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꾹 눌러 담은 새해 다짐
박준수
벗들이여, 또 생(生)의 한 페이지를 넘긴다
묵은 해와 새 해의 갈피 사이 폭설이 내리고
눈밭에 남겨진 승냥이 발자국을 보면서
눈에 허리가 꺾여 부려진 나무들처럼
외로운 목울음의 메아리에 귀를 댄다
지나온 삶의 흔적들은 누구에게나 쓸쓸한 것일까
비밀스러운 암호처럼 해독되지 않는 문장에 걸려서
호롱불 아래 흔들리는 생각을 붙잡느라
나는 쉬이 잠들지 못하고
이 밤을 바람처럼 유랑한다
그리고 밤새
꾹꾹 눌러 참은 눈물은 고드름이 되어
계절의 처마 끝에 매달려 있다
새봄이 오면 푸른 보리밭 사이
사라진 승냥이 발자국을 따라
산 너머 멀어져간 울음소리를 쓸어 담으며
나의 히말라야 산맥을 넘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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