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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2)

가을 햇살이 호텔 창을 장미빛으로 물들 일 즈음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머릿결이 젖은 채

지난 밤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나타났다

가죽점퍼 대신 하얀 블라우스와 청바지 차림으로

나팔꽃처럼 웃고 있었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돌아다녔다

단풍이 물든 가로수 나뭇잎들이 태양빛에 꽃잎처럼 붉게

반짝거렸다

그 사이를 트램(지상전철)이 우아하게 긴 꼬리를 달고

경쾌한 신호음을 울리며 지나갔다

건물과 건물을 연결한 아치를 지나는 트램의 모습은

묘한 여운을 남기고 사라졌다

우리는 대학 캠퍼스와 시청과 미술관을 구경했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다시 전날 배회했던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골목 중간쯤에 레스토랑 겸 술집이 희미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술집 안에는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들이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소란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낯선 이국 음식과 술을 시켜놓고 오래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리고 늦은 밤 각자의 국경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