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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1)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1)

 

박준수

 

그날 밤 기차는 몇 개의 국경선을 넘어 프라이부르크에

다다랐다.

도시의 광장에는 무수한 별들이 내려와

등대의 불빛처럼 반짝거리며 낯선 이국 땅에 온 나를 반겨주었다

거리는 이방의 언어가 파리 떼처럼 웅웅거렸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환하게 미소 지었다

검정 가죽점퍼를 입은 그녀는 이중언어를 구사하며 나에게 암호를 보냈다

나는 그녀가 어디에서 왔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마도 프랑스 국경을 넘어왔을 것이다

내가 그 암호에 응답하자 그녀는 나의 보디가드가 되어주었다

우리는 늦은 밤이었지만 도시의 골목을 배회했다

인적도 끊기고 상가도 문을 닫아 유령도시처럼 을씨년스러웠지만

그녀의 손길은 따뜻했다

그리고 왠지 모를 위안이 느껴져서 긴 골목을 한참 동안 걸었다

그녀가 신발을 벗고 베히레(작은 수로)에 발을 담그며 놀다가

두 손으로 별빛을 담아 나에게 선물해주었다

나는 그녀의 장난스러움에 그냥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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