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21)
나는 2000년 7월 아비뇽에서 파리로 돌아온 시점으로부터 10년 만에 다시 파리에서 그녀와 재회를 한 셈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10년을 거슬러 그녀와의 추억을 회상하다보니 어느새 차츰 날이 밝았다.
샤워를 마치고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기사를 정리하고 있는데 그녀로부터 아침 식사를 하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그녀의 집은 내가 머물고 있는 스튜디오로부터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식탁에는 2인분의 쌀밥과 국, 그리고 김치 등 반찬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파리에서 생활한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한식을 고집하고 있는 듯 했다. 아니면 내 입맛에 맞춰서 일부러 한식을 준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지난달에 한국에서 어머니가 쌀과 반찬을 가져오셨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한식을 먹어보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프라이부르크에 있는 동안 대체로 바게트 빵과 커피, 밀크로 식사를 해왔다. 모처럼 입안에 쌀밥을 넣으니 부드럽고 달콤하게 살살 녹아내렸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녀는 밥을 먹다가 “오늘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지요? 그러면 가족들 선물을 준비해야겠네요. 오페라하우스 부근에 있는 쁘렝땅 백화점이나 라파예트백화점에서 쇼핑하세요. 요즘 세일기간이라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요. 부인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하는게 어떤가요. 아마 사모님이 무척 좋아하실거에요”라고 말했다. 나는 외국에 출장을 나오더라도 가족 선물을 사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그녀가 그렇게 권유하니까 “그래야겠다”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리고 저녁 비행기라 남아 있는 낮 시간을 보내기에는 쇼핑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그녀의 말대로 지하철을 타고 파리 시내로 이동해 오페라하우스 역에서 내렸다.
파리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오페라 광장에 가보았을 것이다. 그곳은 평일에도 사진촬영의 명소로 유명하다. 오페라 광장에 나와보니 아니나 다를까 여러 명의 관광객들이 황금색으로 치장한 오페라건물을 배경으로 저마다의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그들 틈새에서 오페라건물을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젊은 동양 여성 한 명이 영어로 내게 사진촬영을 부탁했다. 한국인은 아니고 중국인으로 보였다. 영어가 유창했다.
나는 그녀가 포즈를 취하는 대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건네주며 무슨 일로 파리에 왔는지 물었다. 그녀는 “상하이 소재 다국적기업에 근무하는데 본사인 파리에서 연수가 있어서 출장왔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내일 상하이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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