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장에 갔던 날
문득, 고향이 그리워 찾아간 비아장은
장이 서지 않는 날이라
할매도 아짐도 보이지 않았다
햇살이 희미하게 내려앉은 골목에
백년 세월을 견디느라 주름 깊어진 장옥만
간이역처럼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장날이면 장터를 다 차고 넘쳐서
도로변까지 좌판을 펼치던 장꾼들
어디론가 떠나고,
묵은 흔적들이 하나, 둘 사위어가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뚝딱뚝딱 쇠망치 소리 아련한
양철집 대장간도 어느 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빼꼼히 현대식 건물들이 둥지를 틀었다
어머니 손맛이 정겨운 팥죽집에 들어가
맨드라미꽃처럼 붉은 추억 한 그릇 마주하니
잊혀진 옛 풍경들이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내일 오일장이 열리면
또 다시 왁자지껄 사람들 몰려들어
덤으로 정으로 팔고 사는 시골장 인심이
흙바람 속에 넘실거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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