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돌아 왔다
딸이 돌아 왔다
서울에서 10년간 살다가
꽃화분 하나 들고 돌아왔다
통 말 수가 없던 소소한 정원에
봄비가 촉촉이 내려
나는 창문을 열어 두었다
가끔씩 기차가 풍금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딸은 그 기차를 보기 위해
슈트케이스를 들고 간이역으로 가곤했다
집에 돌아와서 슈트케이스에서
깜찍한 표정을 하고 있는
털이 희고 고운 토끼를 꺼내 놓았다
딸은 어릴적에도 상상놀이를 좋아했다
학교도 다니지 않은 나이에 학교에 가고
스케치북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책가방을 메고 잠들곤 했다
지금은 학교도 다니지 않고 스케치북에 그림도 그리지 않는다
대신에 꽃화분을 들고 온다
그래서 적막강산이던 집안에는
늘 꽃이 가득하고 향기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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