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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장현 광주시장 취임 100일에 부쳐

윤장현 광주시장 취임 100일에 부쳐
박준수 경영사업국장 겸 이사

미답의 노정은 방향감각이 중요

‘시민시장의 가치’ 드높여주길


 

입력날짜 : 2014. 10.06. 19:47

 

내일이면 윤장현 광주시장 취임 100일이다.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의 인연을 계기로 의사 겸 시민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윤시장에게 지난 석달간은 생애에서 가장 분주하고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울러 35년간 시민사회와 함께 5월문제 해결에 앞장섰고, 인권운동, 환경운동, 남북교류와 민족화해 협력운동을 벌여온 시민운동가의 정체성을 간직해온 터라 행정주체가 되어 광주시정을 이끌면서 많은 감회를 겪었을 것이다.

늘 새로운 시작이 그렇듯 미답의 노정을 가기 위해서는 방향감각이 중요하다. 취임 초기 공직자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주는 근무수칙을 마련하고, 시민소통을 위한 조직개편, 주요 현안의 제로베이스(원점) 검토, 차이나 프렌들리(친중국)시책개발 등 총론을 다루는 솜씨는 일단 문턱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윤장현호’의 뱃머리가 시민가치를 향해 목적하는 항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정교한 조타가 필요하다. 윤시장은 관료나 정치인 출신 단체장과 달리 ‘시민적 가치’를 밑천으로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민적 가치’란 시민이 주인이라는 시민주권의식을 전제로 시민에게 봉사하는 정신에서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최근 산하기관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은 윤시장의 참신성을 기대한 ‘시민적 가치’에 흠결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과거에는 선거에서 이긴 후보가 공직 임명권을 독점하는 엽관주의 경향이 없지 않았으나 갈수록 그 범위가 제한되고 있다. 단체장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의중에 있는 인물을 등용하는 게 불가피하지만 산하기관장에 대한 청문회 도입 요구에서 볼 수 있듯이 보다 엄격해지고 있다. 따라서 선거공신과 측근 등용은 최소화하고 전문성을 가진 참신한 인재를 폭넓게 인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을 본보 칼럼(6월24일자)에서 주문한 바 있다.

그럼에도 과거의 단체장과 하등 다를 바 없이 선거캠프 출신 등 지근거리에 있는 인사들을 자리에 앉히는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결정을 하는 배경에는 자기 주체성을 확립해 행정의 역동성을 키워보고자 하는 메카니즘적 전략과 선거에 도움을 준 인사에 대한 도의적 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인사가 만사’라는 고전적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사에 따른 파문이 확산되는 것은 윤시장이 민선 6기 광주시를 소외의 땅에서 희망의 땅으로 일궈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제 윤 시장은 취임 1백일을 기점으로 시정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시정에 투영시켜야 하는 실행단계에 접어든다. 이때부터 운동화 끈을 더욱 단단히 조이고 ‘시민시장’으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줘야 한다. 150만 광주시민이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정신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겠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 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 시민사회 영역에서 시정을 감시하고 조언하는 컨설턴트의 입장이 아니라 관료조직을 끌어가며 만사를 챙겨야 하는 시정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이 막중하다. 특히 기존 정치인 출신 시장과 어떻게 차별화해나갈 것인가도 중요하다. 정체성의 혼란이 오면 ‘윤장현 브랜드’가 시정의 중심가치로 자리잡기 힘들다. 포지셔닝(positionning)이 정교하게 구축될 때 흩어진 마음들을 한 곳으로 집중시킬 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결집력을 원동력으로 중요한 현안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밀고나갈 수 있다.

시민운동가의 강점은 소통능력과 현장성에 있다. ‘광주의 박원순’ 브랜드를 시민들에게 공인받기 위해서는 선거운동 당시 보여주었던 가슴 따뜻한 허그(hug)정신을 행정의 메카니즘에 담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직사회의 문화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행동은 사고(思考)로부터 비롯된다. ‘시민적 가치’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정립시켜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확산하는 기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윤장현 브랜드’를 만들어 광주다운 광주를 창조하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 첫 걸음마를 뗀 윤시장이 앞으로 4년을 어떤 보폭으로 역주할 지는 지금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본다. 광주시민의 선택이 후회되지 않도록 ‘시민시장 윤장현의 브랜드가치’를 드높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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