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짓무른 하루의 노동이 파하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허기진 노을
녹슨 의자를 당겨
국밥하나 시켜놓고
땀에 절은 작업복을 벗는다.
뚝배기 흰 밥알을 건져
후루룩 삼키며
어둠이 깔린 낮은 땅이 얼마나 포근한 지
새삼 입맛을 다신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넘어진
불길한 일진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쓴 소주잔으로 털어 넘기며
후~욱 뜨거운 입김을
삼킨다
삐걱이는 문을 밀치고 하늘 올려다 보니
별빛대신 아롱이는 네온싸인
집으로 가는 막차는 떠나고
나홀로 삶의 경계에서
한 사발 국밥으로 빈 속을 채우듯
한발 한발 굽잇길 휘청거리며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