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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스페인연가 8-투우소의 눈물

스페인 연가8

-투우소의 눈물

 

돌연, 세상 밖으로 나와보니

웬걸 사방이 인간무리들이다

굽을 가진 종족은 오직 나혼자

그런데 저건 뭐냐

붉은 천의 수상한 움직임

자꾸만 신경이 곤두선다

나는 천성적으로 흔들림이 싫다

지난 5년 생애동안

비바람이 초원을 휩쓸었지만

나는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친구와 맞짱을 깠을 때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장막 너머로 뭔가 음모가 있을 터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고 싶다

불꽃처럼 춤추는 저 동요

파도물결이 일제히 몰려온다

나는 힘차게 땅을 박차고 질주를 시작했다

가슴속으로 적개심이 치솟고

분노의 역류가 온몸을 휘감았다

오늘 기어코 불온한 것들을 산산조각내고 말리라

붉은피를 쏟게 하리라

앞으로, 앞으로 속도를 높였다

한참을 달려도 부딪히는게 없다

불꽃은 섬광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점점 안개속으로 몸이 밀려든다

그 순간 바람같은 것이 정수리를 스치고

지나는 것을 느꼈다

낙엽처럼 부드럽고 바늘에 찔린 것처럼 섬뜩했다

그리고 내몸에서 노을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점점 몸에 기운이 잦아들었다

무릎이 꺾이고 목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나는 부르르 온몸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난생 처음 인간들과 싸움판을 벌였다

붉은 석양너머로 초원이 검붉게 물들었다

어머니와 친구와 고향이 보고싶다

눈물이 땅에 나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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