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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공원 다리를 지나며

공원 다리를 건너며

 

 

강 건너
공원다리를 지나오다
강바람에 젖은 날개를 햇살에 쬐고 있는
비둘기 몇 마리를 보았다.
한때는 평화의 상징으로
신성한 충혼탑 광장에서
화려한 군무를 펼치던 그들이
언젠가부터 외진 다리 아래에서
노숙자가 되어 먹이를 찾고 있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백군, 청군 편을 갈라
커다란 공에 모래주머니를 힘껏 던지면
어느 순간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가던 비둘기 떼.  
처음 본 비행기만큼이나
눈부시던 비상(飛翔).
아득한 하늘로 사라져간 그들을
아득한 시간을 건너온 내가
다시 조우한 지금,
강물은 낮은 음계로 흘러가고
후미진 구석에 핀 민들레꽃이
철지난 계절을 꿈꾸고 있다.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강 건너
공원다리를 지나오다
강바람에 젖은 꿈을 햇살에 쬐고 있는
작은 나의 그림자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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