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작노트

양동의 밤

양동의 밤 

 

광주천변 뚝방 아래
밀물처럼 어스름이 스며들면
촉수 낮은 전등 불빛이 집집마다
꾸물꾸물 흘러 나온다
장사나간 어머니의 그림자는
아직 부재중이라서
배곯은 아이들이 쓸쓸한 표정으로
상하방을 말없이 지키고 있다 
굽이진 골목 사이로 메마른 겨울바람이
기와지붕의 낡은 함석 처마를 흔들고
아이들은 귀를 열어놓고
담장너머 발자국 소리를 세고 있다
아궁이 연탄불이 힘없이 사그라드는
부엌에서
가난한 저녁은 언제나 졸음처럼
작은 어깨에 내려 앉는다. 

 

 

'시작노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젊은 날의 언덕  (0) 2015.07.12
열려라 참깨  (0) 2015.07.08
스페인 연가 13-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0) 2015.05.23
스페인연가 8-투우소의 눈물  (0) 2015.05.23
공원 다리를 지나며  (0) 201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