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안경
당신이 고요한 세상으로
작별한 후
홀로이 남은 낡은 유품 하나
눈감은 당신을 대신해
뜬 눈으로 어슴한 이승을 바라봅니다.
보고 싶은 얼굴
만나지 못한 머언 시간을 외돌아
봄꽃피는 언덕을 향해
젖은 눈 비비며 서있습니다
누군가 후벼 판 가슴을 다둑이느라
허망한 생각의 그림자를 지우며
보냈던 불면의 밤을
선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탱자꽃 하얗게 핀 고향집 울타리 너머
어머니와 함께 도란도란 얘기꽃 피우시던
아득한 추억도
촉수높여 새기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돋보기 안경을 고이고이 간직하고서
남몰래 꺼내보시던 애틋한 눈길이
아직 그윽하게 서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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