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언덕
청춘이 머물렀던 언덕,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따라
운암동 집으로 가는 밤길에
마음은 알콜에 젖은 채 바람처럼 휘청거리고
하루의 끝이 저만치 가파르게 어른거리는구나
아주 오래지도 않고, 아주 멀지도 않은
어느 삶의 중턱에
다시금 발길을 돌려 올라보는데
어딘가 허전한 시간의 빈 터
낯선 사람들과 낯선 집들 사이로
아버지의 뒷모습을 잃어버린 채
막다른 골목에서
이방인처럼 서 있는 그림자
중년이 되어서 돌아온
젊은 날의 언덕은
유년 시절의 미아처럼
희미한 불빛 아래 떨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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