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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중국 입맛을 탐하다

<1>광주·전남 김치산업의 현주소

전라도 김치, 중국 입맛을 탐하라<1> 광주·전남 김치산업의 현주소

김치 종갓집’ 불구 저가 중국산·대기업에 체면 구겨

생산량 4.5% 점유…규모 영세 재래식 생산방식
비싼 김치 원·부재료 평균가격이 경쟁력 ‘발목’
광주시 ‘명품김치 산업화 전략’ 수립 활로 찾아야


 

입력날짜 : 2015. 08.02. 18:50

 

김치시장이 지나치게 가격경쟁에 휘말리면서 한국김치 또는 전라도김치의 고유한 풍미가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지각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김치축제 장면./광주매일신문DB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대표 식품인 김치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중국산의 공세에 밀려 고전한 지 오래이다. 식당 등 국내 외식시장의 상당부분(약 90%)을 점령한 것은 물론 한국 김치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일본시장마저 잠식함으로써 김치 종주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반면 중국은 까다로운 위생기준을 적용해 한국산 김치의 자국 진입을 억제해왔다.
그런데 올들어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의 비준을 계기로 중국이 김치 위생기준을 국제식품 규격에 맞춰 개정하고 통관기준 완화를 추진하고 있어 국내 김치산업이 호기를 맞고 있다. 특히 김치의 허브(hub) 고장인 광주·전남은 중국 등 동남아지역 수출에 활짝 날개를 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본보는 전라도 김치가 중국대륙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8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편집자 註

전라도는 김치의 ‘종갓집’이다. 남도의 청정한 토양에서 재배된 무·배추와 서남해안 갯벌에서 얻어진 젓갈류, 풍부한 일조량이 만들어낸 소금, 그리고 갖은 양념이 버물러져 담근 전라도 김치는 한민족 식문화의 정수이다.

이러한 식문화를 배경으로 탄생된 전라도 김치는 전국 팔도 김치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광주에는 세계김치연구소가 지난 2012년 성남시에서 옮겨와 김치의 표준화, 과학화 등 품질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0년 남구 임암동에 조성된 김치타운에는 김치박물관, 김치체험장, 김치가공공장이 한데 집적돼 있어 한국김치의 허브(hub)로서 면모를 갖췄다. 이처럼 김치의 본고장이면서도 생산과 수출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다.

식약처가 발표한 2013년 기준 전국 시·도별 김치업체와 생산물량을 보면 광주·전남은 154개, 2만513톤으로 업체수 기준 17%, 생산량기준 4.5%에 머물고 있다.

반면 인구가 집중된 서울·경기·인천은 343개, 15만2천 톤으로 업체수 기준 38.0%, 생산량 기준 33.9%로 수도권이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상으로 본 광주·전남 수출 실적 역시 미미하다.

이는 김치가 매일 소비되는 식품인데다 쉽게 맛이 변질되는 까닭에 보관·운송이 까다로워 소비지 근거리에 위치해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병원, 마트, 군납 등 국내 대형 소비처의 70%를 CJ, 종가집, 하선정 등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시장 역시 이들 대기업들이 현지 생산을 통해 한국김치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김치시장이 지나치게 가격경쟁에 휘둘리면서 한국김치 또는 전라도김치의 고유한 풍미가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지각되지 못하는 장벽에 막혀 있다.

전라도 김치의 경우 원·부재료를 순수 국산으로 쓰기 때문에 1㎏당 평균 납품단가가 5천원 수준이다. 반면 대기업이나 중국산은 중국에서 수입한 원·부재료를 사용해 평균 3천-3천500원에서 출시되고 있어 월등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가격과 규모의 격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전라도 김치의 활로를 찾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그 해법모색은 김치 종가를 자부하는 광주시와 전남도의 몫이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김치산업육성 5개년 계획(2013-2017)’을 바탕으로 광주김치의 명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고품질 김치를 생산해 국내·외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다는 게 기본전략이다. 이미 공동브랜드 ‘김치光’을 개발해놓았으며 포장재 개발, 전용식품단지 조성, 원·부재료 생산단지 조성사업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해가고 있다.

광주시 생명농업과 남택송 사무관은 “광주김치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급화 전략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광주시 남구 임암동에 자리한 광주김치타운 내 (사)광주명품김치산업화사업단은 ‘전라도다운 김치 맛’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 시작되고 있다. 지난 2011년 해쌉(HACCP)인증을 받은 7개 업체가 참여해 꾸려진 사업단은 김치산업 전반에 대한 전략수립과 마케팅·홍보를 전담한다.

그간 전라도 김치의 현주소 파악에 주력해온 사업단은 출범 5년째인 올해는 ‘명품김치 산업화 전략’ 마스터플랜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나서고 있다. 전략의 핵심은 제품차별화, 생산기반 규모화, 글로벌전략 등 크게 3가지로 집약된다.

기존 상업용 김치와의 차별화를 통해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고가격 오리지널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존 소규모 전래방식 생산체계를 업그레이드해 차세대 김치생산단지를 구축함으로써 원가절감 및 다품종 소량소비 패턴의 시장변화에 부응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개방이 예상되는 중국, 연평균 40% 이상 고속성장하는 베트남 시장, 1조원 규모 일본 시장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진출을 통해 김치의 허브로서 입지를 굳힐 각오여서 기대를 모은다.


“‘전라도다운 김치맛’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김광호 (사)광주명품김치산업화사업단장


“광주김치가 종가의 명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전라도다운 맛’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사)광주명품김치산업화사업단 김광호 단장은 최근 중국의 문호가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고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어 지금이야말로 광주(전라도)김치가 부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보다는 고유성(전라도다운 맛)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무슨 사업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조사가 기본인데도 이에 대한 노력이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2013년 6월 취임 이후 1년 반 가량 ‘광주김치의 현주소’를 파악하는데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지역 김치업계가 뼈아프게 겪어온 시행착오를 철저히 규명할 수 있었고 대안과 비전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 결과는 ‘광주명품김치 산업화를 위한 전략 및 마스터플랜’에 담겨 있는데, 광주(전라도) 김치가 살기 위해서는 맛의 차별화와 고급 브랜드화 전략으로 가야 한다는 게 주요 골자이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 업체에서 생산되는 상업용 김치와의 차별화를 통해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고가격 오리지널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전라도가 김치를 잘 만들지만 이는 가정식 제조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시스템 현대화가 절실한 만큼 식품단지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학·관·연이 합심해서 김치종가의 저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박준수기자 jsp@kjdaily.com

/사진=김기식기자 pj21@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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