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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중국 입맛을 탐하다

<2>전라도 향토김치 특성과 종류

고추양념에 젓갈 듬뿍…국물 진한 감칠맛 일품
<2>전라도 향토김치 특성과 종류

지역 특산물 원부재료 활용…김치 종류 다양
나주 생토하김치·여수 돌산갓·고들빼기 유명


 

입력날짜 : 2015. 08.09. 20:11

 

화원농협은 ‘이맑은 김치’라는 브랜드를 개발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7개 농협 하나로마트를 통해 시판하고 있다./사진=김기식기자 pj21@kjdaily.com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치의 본고장 전라도 사람들의 손맛에서 빚어지는 ‘토종 전라도 김치맛’은 어떤 맛일까. 오감 중에 가장 오묘한 미각(맛)을 글로써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레시피(담그는 방법)를 보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동신대 식품영양학과 박영희 교수의 자문을 얻어 전라도 향토김치 특성과 종류를 살펴본다.

김치는 한국 식생활문화에서 토착성과 상용성이 큰 고유한 채소염장 발효식품이다. 이에 따라 지역에 따른 특성이 뚜렷하며 계절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지역성은 기본적으로 그 고장의 기온과 습도에 따라 소금의 농도와 젓갈의 분량이 다른 데서 나타난다.

아울러 그 지방에서 많이 생산되는 특산물, 해산물 및 첨가되는 부재료에 따라 맛이 다르고 담그는 방법도 독특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긴 북쪽지방은 소금 간을 싱겁게 하고 담백하게 해 채소의 신선함을 그대로 살린다. 반면 남쪽 지방에서는 기온이 높아 짜고 맵게 담가 변질이 안 되도록 한다. 소금만으로 간을 하면 맛이 없으므로 젓국을 많이 쓰며 고기국물을 섞기도 한다. 젓국을 쓸 때는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을 많이 넣어 젓국 냄새를 없애는데, 이들 재료는 김치가 젓국을 지나치게 삭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찹쌀 풀을 김치 속에 버무려 발효를 농후하게 한다.

호남, 영남에서는 멸치젓을 주로 쓰고 중부에서는 조기젓과 새우젓을 많이 쓰며 동해안 지역에서는 갈치, 명태를 넣기도 한다. 따라서 북쪽의 김치는 국물이 많고 산뜻하고 남쪽의 것은 약간 붉은 빛이 돌고 국물도 적당하다.

전라도 김치는 양념을 많이 해서 맵고 짠 편이지만 찹쌀 풀을 넣어 국물이 진하고 감칠맛이 난다.

남해와 서해를 끼고 있어 해산물과 젓갈의 종류가 많은 전라도는 조기젓, 새우젓도 쓰지만 멸치젓을 많이 쓴다. 고춧가루를 많이 넣으며 통깨와 밤채를 고명으로 쓴다. 특히 고춧가루는 가루로 쓰는 것이 아니라 분마기에 걸쭉하게 간 고추에 젓갈을 듬뿍 넣은 고추양념을 미리 만들어 뒀다가 사용한다. 전라도 김치는 가정마다 보관를 잘해야 맛도 영양도 그대로 보존하게 되므로 김칫독을 땅에 묻어 0-5℃를 유지하는 것이 보편화됐으나 요즘에는 김치냉장고와 일반냉장고에 보관하며 먹는다.

그러나 이러한 전라도 김치맛의 특색은 지역간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여러 지방의 김치가 혼합되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전라도 김치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원부재료로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김치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전체적으로 얼큰하고 톡쏘는 김장김치, 씁쓸한 고들빼기김치를 많이 담그며 나주의 동치미, 홍갓김치, 미나리 김치, 생토하김치, 여수의 돌산갓 김치, 해남의 갓김치가 유명하다.

무의 생산지는 나주 다시면에서, 홍갓의 생산지는 나주 남평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나주 김치는 드넓은 나주 평야에서 나오는 다양한 채소와 영산강 뱃길따라 올라온 각종 젓갈류의 풍부한 맛을 잘 배합해 만들었다.

특히 가을철에 살아있는 생토하를 갈아서 배추김치와 생강촉 김치를 담았던 점이 독특하다. 김장철에 홍어육을 양념소로 넣어서 씹을 때 김치의 질감이 아삭거리며 홍갓과 나주배를 채썰어 양념에 버무려서 시원하고 톡쏘는 맛을 낸다.



‘이맑은 김치’ 브랜드 소비자 ‘전통의 맛’ 인정
●화원농협 김치공장 가보니…

화원농협 김치공장은 2008년 HACCP지정업체로 선정돼 고품질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화원농협은 지난 1995년 말 전국 최초로 절임배추가공공장을 설립해 수도권 등 대도시에 판매함으로써 본격적인 대량생산 및 유통체제를 갖췄다. 2004년 ‘이맑은 김치’ 브랜드를 개발하고, 2008년 HACCP지정업체로 선정돼 고품질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1일 생산량은 절임류 45t, 김치류 25t으로 연간 1만7천500t을 출하하고 있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7개 농협하나로 마트를 통해 시판되고 있다. 또한 할인점, 대형식당, 군납 등에 납품되고 있다.

전국 단위농협 가운데 김치공장을 운영하는 곳은 10곳이지만 전라도 김치의 명성에 힘입어 화원농협의 ‘이맑은 김치’ 브랜드 파워가 가장 높은 편이다.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에서 앞선다는 얘기다. 생산품목은 포기김치, 열무김치, 갓김치, 고들빼기, 묵힌김치, 절임류 등 14종에 달한다. 포장단위는 500g 파우치 소포장부터 3·5·10㎏ 벌크형으로 나뉘며, 1㎏ 당 판매가격은 종가집 등 대기업 제품과 같은 수준의 6천원을 유지하고 있다.

시중에 시판중인 제품들이 1㎏ 당 4천-5천원 선에 치열하게 가격경쟁을 벌이는 상황이지만 화원농협은 품질차별화를 통해 고가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순수한 지역내 원부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생산원가가 높기도 하지만 농민들에게 가격지지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치맛은 어떨까. 해남 일원에서 생산되는 배추는 당도가 높아 식감이 뛰어나고 1년 묵힌 신안 천일염을 사용해 기본적으로 풍미가 있다. 그러나 맛을 결정하는 젓갈은 주요 소비처인 수도권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새우젓을 많이 사용해 깔끔한 청량감을 유지하도록 레시피를 구성한다. 멸치젓을 주로 사용하는 전라도식 김치보다는 새우젓을 사용하는 서울식 김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품질관리실 김주원 주임은 “해남일원에서 해풍을 맞으며 자란 배추와 전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부재료를 엄선해 사용하고 일체의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전통김치의 참맛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김치 대신 볶은김치로 중국 공략”
●정재경 화원농협 김치공장장

“전국에서 모인 수도권 주민들의 입맛이 각기 달라 전라도 고유의 김치맛으로 획일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정재경 화원농협 김치공장장은 소비자들이 건강과 다이어트를 고려해 염도가 낮고 맛이 깔끔한 김치를 선호하기 때문에 자극성이 강한 전라도 김치의 고유한 맛을 고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사태 등 국내 경기 침체로 김치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김치의 수입량은 증가하고 있어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2012년 고춧가루 파동을 계기로 중국산 완제품 수입이 허용되면서 이제는 소비자들이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마저 둔감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화원농협의 경우 2010년 233억 매출실적에서 지난해에는 161억원으로 30% 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정 장장은 내수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수출에 눈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재 여건으로는 수출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수출을 하는 이유는 시장개척의 일환이며, 독일에 지난해 1억7천만원어치를 수출했고 올해 6월말까지 8천700만원어치가 선적됐다고 덧붙였다.
중국시장 문호 개방에 대해서는 당장 수출길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위생기준 완화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현재까지 가시화된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화원농협은 생김치 대신 볶은김치를 전략상품으로 개발해 상하이 바이어와 계약을 맺고 지난달말 10t을 시험적으로 통관절차를 밟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 한방김치, 항암김치 등 기능성 김치와 삼채 장아찌 등 신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박준수기자 jspar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