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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중국 입맛을 탐하다

<6>중국 광동성 식문화와 김치미각

한류 영향 젊은층 매운 맛 즐겨…현지인과 입맛 달라
전라도 김치, 중국 입맛을 탐하라
<6>중국 광동성 식문화와 김치미각

묵은 김치보다 샐러드식 백김치·겉저리 선호
죽순김치 등 현지화된 레시피 개발 적극 모색


 

입력날짜 : 2015. 09.06. 20:02

 

광저우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한식당 ‘서라벌’은 고흥 출신 신홍우(申洪雨)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데 직접 김치를 담궈서 식탁에 내놓고 있다.

땅이 넓은 중국은 지역에 따라 음식의 기호와 미각의 차이도 뚜렷하다. 동북3성과 상해, 그리고 광동성은 모두 바다와 가까운 곳이지만 입맛은 전혀 딴판이다. 김치에 대한 기호 역시 제각각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후가 비슷한 동북3성은 한국 김치맛과 같은 맵고 짠 맛을 즐긴다. 김치종류도 포기김치, 무김치 등 양념이 듬뿍 버무러진 것을 좋아한다. 반면 상해는 마늘, 파, 그리고 매운맛을 싫어해 단맛이 많이 나는 일본식 김치를 선호한다. 깍두기 역시 매운맛보다 단맛이 나야 한다.

그렇다면 광동성은 어떨까. 광저우(廣州)를 구심점으로 하는 광동성은 전라도처럼 ‘맛의 고장’이다. 이 곳 사람들은 몸치장에는 돈을 안쓰는 편이지만 맛있는 음식에는 아낌없이 투자한다고 한다.

광동은 외부문화에 개방적이어서 요리 또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다양하다. “하늘에는 비행기, 땅 위에서는 책상, 바다 속에서는 잠수함만 빼고 다 먹는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광동이 음식의 고장으로 이름난 것은 입지적 여건과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다. 광동은 산, 바다, 강을 두루 아우른 천혜의 자연 조건과 발아래로 흐르는 주장강(珠江)이 바다와 닿아 있어 일찍이 외부세계와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19세기 열강들이 중국을 침탈하기 위해 먼저 이 지역에 눈독을 들인 것도 접근성이 탁월한 때문이다.

광저우 중심가 이온마트에서 만난 주부 소사연(蘇思硏)씨는 “한국식당에서 처음 김치맛을 접하게 됐는데 맛있어서 일주일에 2회 정도 구입한다”고 말했다.


현재도 광동성은 대륙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한·중 교역량의 30%를 차지하고 중국교역 화물운송의 40%를 처리하는 물류의 중심도시이다. 최근에는 홍콩의 물동량은 줄어들고 심천과 광저우 물동량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동요리에는 토마토 케첩, 굴 소스 등 서양 향신료와 서양 야채도 많이 쓰인다. 또한 광동 요리는 간을 싱겁게 하고 기름을 적게 쓰면서 재료 고유한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김치에 대한 취향도 맵지 않은 것을 선호한다. 광저우는 아열대지역이라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아 배추가 무르다. 김치를 담그면 며칠 후 흐물흐물 물렁해져 제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광저우 중심가에 위치한 이온마트에서 만난 주부 소사연(蘇思硏·38)씨는 “한국식당에서 처음 김치맛을 접하게 됐는데 맛있어서 일주일에 2회 정도 구입한다”면서 “짜거나 매운 맛보다는 싱거운 맛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또한 “딸은 매워서 아직 먹기 꺼려한다”고 말했다.

현지가이드 동길붕(董吉鵬·33)씨는 “현지인들은 매운 음식을 싫어하지만 외지인과 젊은이들은 매운 맛을 즐기는 편이며, 묵은 김치보다 샐러드식 백김치, 나박김치와 겉저리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음식과 한국김치를 조합하면 색다른 음식이 나올 것”이라며 현지화된 레시피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고려농장은 현지재료와 기호에 맞는 죽순김치를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광저우는 매년 5월 또는 6월초 대규모 식품박람회가 열리는데 2012년 전시회때 광주 김치업체들이 참가해 한국 전통김치를 선보인 바 있다. 또한 올해 전시회에는 교민이 운영하는 한식당 서라벌에서 김치 담그기, 떡볶기 시연을 실시해 한국음식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번 전시회에 방문한 일부 현지인들은 붉은색 고추 양념을 보고 매울 것으로 생각해 시식을 기피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광저우는 개방된 도시답게 현지인 비율이 20-30%에 불과하고 외지인이 70-80%를 차지해 다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

특히 한류영향으로 한국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 김치를 비롯한 한국음식이 미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따라서 지역별 미각차이와 젊은 세대를 겨냥한 시장세분화를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면 유망한 시장이 될 수 있다.


“포장김치 대신 원부재료 직접 구입해 담근 김치로 차별화”
고흥출신 신홍우 서라벌그룹 회장


광저우 등 6개 한식당 운영…호남향우회장도 맡아
2년 후 귀농 계획 고흥에서 유자농장 경영 부푼 꿈

“광저우에 터를 잡고 있는 호남출신 교민들이 한데 모여 고향의 정을 느끼며 상생협력하는 사랑방 역할을 하겠습니다.”

지난 5월 결성된 광저우 호남향우회 신홍우(申洪雨) 회장(65·서라벌그룹 회장)은 비록 회원 수는 12명에 불과하지만 서로 돕고 훈훈한 정을 나누는 모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민들은 대부분 현지 사업가들이며 해외 주재원 등이 포함돼 있다.

광동성은 산동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교민이 적은 데다 호남출신이 얼마 되지 않아 그동안 향우회 결성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광주시(光州市)에서 파견된 노희철 주재관이 발품을 팔아가며 교민들을 접촉해 주선한 결과 마침내 발족하게 되었다. 신 회장은 “1992년에야 중국과 공식 수교가 이뤄져 아직까지 교포사회의 폭이 홍콩에 비해 넓지 않지만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와 한류 영향을 감안할 때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고흥 출신인 신 회장은 외교관으로 홍콩에서 3년 근무하다가 84년 퇴직하고 국내에서 10년간 무역업에 종사했었다. 이후 홍콩으로 건너가 ‘서라벌’이라는 상호로 한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해 현재 광저우, 심천 등 3개 도시에 모두 6개의 고급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그의 김치사랑은 남다르다. 시중 포장김치를 사용하지 않고 원부재료를 구입해서 직접 담궈서 식탁에 내놓는다.

이처럼 깐깐하고 맛깔스럽게 음식을 만들어낸다는 입소문을 타고 최근 중국 유명 대기업으로부터 통 큰 제안을 받았다. 중국 최대 전자회사 하웨이로부터 사내직업훈련센터의 한식당 운영과 김치납품을 의뢰받은 것이다. 하웨이는 심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직원수가 6만명에 달한다. 신 회장은 “이미 규격화된 김치 샘플을 납품한 상태”라고 “한식과 김치가 그만큼 중국 내에서 선호되는 음식이 됐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앞으로 2년 후 귀농을 계획하고 고흥에 땅을 마련해 뒀다”면서 “유자농장을 경영하며 여생을 보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중국 광저우=박준수 기자 jspar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