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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중국 입맛을 탐하다

<7>김치세계화 전략

전라도 김치 본연의 맛이 가장 큰 경쟁력
<7>김치세계화 전략

가격경쟁보다 차별화에 기초한 품질 향상 초점 둬야
세계김치硏 글로벌 김치문화 창조·확산 선도적 역할


 

입력날짜 : 2015. 09.13. 20:00

 

지난 4월 광주세계김치연구소를 방문한 헝가리, 멕시코, 터키 등 해외 언론사 기자들이 김치 시연 모습을 취재하고 있다./세계김치연구소 제공

김치는 건강식품이 지녀야 할 조건을 두루 갖춘 세계 최고의 식품이다. 미국 건강잡지 ‘Health’는 지난 2006년 3월26일자 인터넷판에서 한국의 김치를 인도의 렌틸콩, 그리스의 요구르트, 스페인의 올리브유, 일본의 콩류식품과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소개했다. 이들 가운데 김치는 유일하게 다른 나라 식문화에 없는 한국 고유의 식품이다. 그 때문인지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김치는 국제사회에서 기피 음식 중 하나였다. 그 당시 미국 유학생이 기숙사에서 김치찌개를 끓여먹다가 퇴출됐다는 소문이 화제가 되곤 했다.
김치가 건강식품으로 지구촌에 널리 회자된 것은 1980년대 이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행사가 계기가 됐다. 특히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는 공식 식품 납품업체인 농협이 독점 제공하는 김치를 먹으려고 선수촌에서는 끼니마다 김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인기식품이 됐다.

광주시 남구 임암동에 위치한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세계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함께 수출경쟁력 향상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김기식기자 pj21@kjdaily.com

이와 함께 2003년 중국에서 발생된 사스(SARS)가 김치의 효능을 국제적으로 널리 전파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중국과 이웃한 한국에서 사스 감염자가 거의 나오지 않은 것은 김치때문이라는 외신보도가 나온 것이다. 게다가 드라마 ‘대장금’이 중국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면서 김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한국 김치의 위상을 한껏 높여줬다.

이처럼 한국이 김치 종주국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 김치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주체는 중국이다. 중국은 대표적인 對한국 김치수출 국가로서 2014년 기준 수출액이 1억439만 달러에 이르며, 지속적으로 1억달러가 넘는 수출액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는 한국 김치시장의 약 10%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김치는 2011년 23만78t에서 2012년21만8천842t, 2013년 22만218t, 2014년 21만2천938t, 올 7월까지 12만6천930t이 들어와 매년 평균 1천350억원이 넘는 금액이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산 김치 경쟁력을 확보하고 김치 수출을 활성화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광주시 남구 임암동에 위치한 세계김치연구소(소장 박완수)는 김치세계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함께 수출경쟁력 향상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소는 글로벌 김치문화 창조 및 확산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김치 브랜드 구축 및 수출 확대, 김치의 현지화 추구에 힘을 쏟고 있다.

연구소는 특히 중국시장 개방에 대비해 대표적인 중화권 시장인 홍콩과 대만을 겨냥해 산업계와 함께 지속적인 마케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홍콩, 대만, 베트남, 일본 등에서 매년 김치 비즈니스 페어, 김치 페스티벌 등의 수출촉진 행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수출용 식품표기, 포장재 개발 등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중소 김치업체의 對동남아시아 수출 지원을 위한 2014 베트남 김치 비즈니스 페어’ 등 4건의 수출촉진 행사와 6개국 4개사에 대한 표기지원, ‘김치수출 라벨링 가이드북 2014 일본편, 미국편, 홍콩편’ 발간 등의 수출 지원을 실시했다.

2010년 이후 20대 김치수출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2014년 금액 기준 1천344%)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동남아시아 할랄권(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레바논)도 중화권 김치시장을 잇는 차세대 유망 김치시장으로 기대되고 있다.

20대 김치수출국 중 일본(5천660만 달러), 중화권(홍콩 및 대만, 770만 달러), 미국(490만 달러)을 제외하고 가장 큰 시장이 바로 할랄권(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레바논 포함, 300만 달러)이다. 할랄권 시장의 대표주자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2010년 대비 2014년 수출 증가율(금액기준)이 각각 84%, 141%, 233%에 이르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 주요 수출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산 김치제품의 세계화와 수출에는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중 가격경쟁력이 큰 문제이기는 하나, 단시간 안에 비용 및 소득수준이 바뀔 수는 없기에 차별화를 기초로 한 품질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게 효과적인 전략이다. 세계김치연구소 김재환 선임연구원은 “전라도 김치라는 그 자체의 브랜드를 도외시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고유의 맛, 전라도 김치의 맛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전라도 김치 수출경쟁력의 핵심인 맛은 유통과정 중 온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김치발효를 가능하게 하는 콜드체인시스템(cold chain system) 구축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김치만을 위한 완벽한 콜드체인을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열악한 유통 인프라에도 버틸 수 있는 포장재 및 기술 개발이 보다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식품과 김치 맛 접목 방안 모색”

김재환 세계김치硏 선임연구원

“상당수 전문가들이 차별화 방안이나 현지 식문화에 적합한 현지화 전략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저는 우리 고유의 맛, 전라도 김치의 맛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재환 세계김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많은 한국산 김치가 일본시장에서 왜색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오히려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한국 김치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우리 김치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국내 김치산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던 對중국 김치수출 문제는 중국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로 지난 2월 사실상 해결됐다면서 조만간 한국김치의 대중국 수출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산 김치의 對중국 수출 전망에 대해 그리 밝은 편이 아닐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 김치시장은 동부 연안 대도시를 중심으로 ‘경복궁’, ‘부자아빠’라는 현지 김치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높고, 연변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지역도 금강산(金剛山) 등 조선족계 김치 브랜드가 오랫동안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우리 김치제품이 손쉽게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對중국 김치수출을 준비 중인 업체들은 반드시 중국 내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TAOBAO)를 통해 얼마나 많은 김치 제품과 브랜드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중국으로의 김치수출 판로 개척 방안으로 김치 본연의 맛과 잘 어울리는 중국 현지 음식을 찾아 그 두 가지를 접맥시키는 방법이 현지 식품과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수 기자 jspar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