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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농촌여성신문에 소개된 자작시 '묵은김치'

묵은 김치■ 마음으로 읽는 시-박준수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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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12 09: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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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읽는 시’에서 소개하는 시들은 수도권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 게시돼 있었거나 지금도 게시된 작품들로, 쉬운 단어와 표현으로 남녀노소 누가 읽어도 좋은 문장들이다. 특히나 농촌여성이 읽었을 때 좋은 시로 선별해 소개한다.

살아보니 인생은 묵은 김치와 같더라/ 푸성귀 시절 에메랄드빛 꿈 안고/ 온 들판을 내달렸지만/ 눈비 맞고 서리 맞아/ 김장독에 들어앉으면/ 제 살의 단맛으로 살아가느니/ 소금과 젓갈에 버무려진 채/ 욱신거리는 몸살을 겪고 나면/ 신산한 세상맛 우러나는 걸/ 어느 날 문득 졸음에서 깨어나 보니/ 누군가의 밥상에 오롯이 놓여 있네/ 아, 군침 도는 나의 삶이여!

겨울이 깊어가고 봄바람이 기다려지는 요즈음 같은 때는 초겨울에 담근 김치에서 군내가 나기 십상이다. 그러나 김치는 군내가 나야 제 맛이 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묵은 김치를 흔히들 ‘묵은지’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부르며, 이것은 이른 봄 식탁의 별미로 손색이 없다. 묵은지가 되면 비로소 잘 담근 김치의 속재료들이 곰삭은 각종 젓갈들과 아우러져 더욱 깊은 맛을 내기 때문이다.

전남매일신문 편집국장을 역임한 박준수 시인의「묵은 김치」는 ‘살아보니 인생은 묵은 김치와 같더라’는 첫 구절부터 삶의 지혜를 달관하는 자세를 가르쳐준다. 시인은 푸성귀가 들판을 떠나 ‘소금과 젓갈에 버무려진 채’ 김칫독으로 들어가고, ‘욱신거리는 몸살을 겪은’ 후, 다시 ‘누군가의 밥상에 오르는’ 김치의 숙성 과정을 통해 사람의 일생을 비유했다.

쉽고도 훌륭한 작품이다. 특히 이 시의 마지막 구절 ‘아, 군침 도는 나의 삶이여’는 절창에 가까운 마무리다. 한 번 밖에 없는 저마다의 인생을 사랑하자는 메시지요, ‘묵은 김치’처럼 제 철이 지난 인생의 후반기를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긍정의 힘이 팍팍 느껴진다.

<시해설 : 민윤기 시인. 월간 시see 편집인, 연간 지하철시집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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