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작노트

천년도읍 나주(羅州)에 와서

천년도읍 나주(羅州)에 와서


어쩔거나, 영산강은 말없이 흐르는데
천년도읍은 폐허만 남아 겨울 잔설에 묻혀있는데
목사가 위엄을 부리던 툇마루에
긴 해 그림자 서성거리고
내아에 홀로선 은행나무 천년세월에 검게 그을려
애타는 마음은 하늘마저 희뿌옇네
어쩔거나, 바람은 객사, 향청을 넘나드는데
그대 부르는 소리 천년을 떠돌아도
메아리없는 뜨락에 쓰러진 비석들
누가 다시 일으켜 세울까
어쩔거나, 일제가 짓밟고 간 조선의 땅
묵은 밭에 밑동만 남은 식민 백성들의 상투
먹물이 스며든 기나긴 겨울밤
금성산에 까마귀 울음소리 아득히 번지네
어쩔거나, 봄은 오는데
옛 선비양반들 우국충정이 빗물되어
향교 처마 끝에 흘러내리는데
천년의 세월을 뚫고 솟아나는 죽순처럼
굽이굽이 살아있는 남도의 숨결이여,
나주(羅州)의 새 빛이여. 

 

'시작노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을 부르는 비  (0) 2016.02.14
농촌여성신문에 소개된 자작시 '묵은김치'  (0) 2016.02.13
신문배달  (0) 2016.01.04
푸른길 주점에 앉아  (0) 2015.12.27
겨울나무  (0) 201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