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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가 지방신문을 죽였는가?

누가 지방신문을 죽였는가?

기자협회보 | 박준수 광주매일신문 부국장대우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8.06.04 16:30

 






▲ 박준수 광주매일신문 부국장대우
어느덧 지방신문사에서 밥을 먹은 지도 만 20년이 흘렀다.1987년 6월 항쟁의 성과물로 언론자유를 쟁취했고, 이듬해 경향 각지에 신생 신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광주지역 M일보에 첫발을 내딛은 것이 벌써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세월을 건너왔다.한 직종에서 스무해 나이테가 쌓이면 누군들 감회가 깊지 않을까마는 유독 부침이 심한 지방신문 기자로서 느끼는 진폭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난 20년간 지방신문의 환경변화는 크게 두 번의 변곡점을 경험했다.첫번째는 IMF외환위기이고, 두번째는 케이블 TV와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이다.물론 거대자본을 앞세운 중앙지의 시장잠식과 생활정보지의 틈새시장 공략, 그리고 독자와 광고주들의 활자매체에 대한 태도변화 등도 지방지를 어렵게 만든 요인들이다.

IMF를 계기로 지방신문을 소유한 기업들은 그동안의 경영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투자를 줄이고, 심지어는 폐업을 하기도 했다.그 결과 경력 10~13년차의 한창 왕성한 활동력을 가진 언론인들이 언론현장을 떠나 새로운 직업을 찾아나서야 했으며, 신규투자 축소로 제작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이와 더불어 지방신문을 크게 위축시킨 것은 뉴미디어의 초고속 확산이다.케이블 TV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는 올드미디어인 신문의 독자들을 자신들의 오디언스로 만들었으며 광고시장의 파이를 나눠갖기 시작했다.20년 새 지방신문은 영향력과 재정규모에서 엄청난 추락을 겪은 것이다.

앞으로 지방신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분석가들의 진단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신문의 위기와 지방의 위기가 중첩된 지방신문의 위기는 누구도 풀기 어려운 퍼즐이 돼버렸다.특히 신자유주의 물결로 모든 게 하나의 중심축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지방신문의 앞날은 캄캄하기만 하다.게다가 지역의 언론학자들마저 지방신문을 '필요악'으로 규정할 만큼 존재와 역할을 의심받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신문은 언론시장에서 퇴출돼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해서는 누구도 감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지방의 여론을 형성하고 지역주민의 삶과 문화를 기록하고 지역발전 청사진을 제시할 주체는 지방신문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이다.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만 보더라도 중앙지들은 대체로 중앙(소비자)의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지방 축산농가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시장의 실패를 이유로 존재의미를 부정하고 도외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다.'지방신문이 살아야 지방이 산다'는 외침이 메아리없는 넋두리가 되어서는 진정 지방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누가 지방신문을 죽였는가? 그것은 뉴미디어의 등장도,독자와 광고주의 이탈도 아닌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지방학살'의 음모인 것이다.그리고 지방신문 종사자들의 패배의식이 동조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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