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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라도 정도천년 사업에 제주도는 왜 없나?

전라도 정도천년 사업에 제주도는 왜 없나?
박준수 기획실장 겸 이사


입력날짜 : 2016. 11.07. 19:30

옛 전라도 땅이었던 광주와 전남·전북 3개 시·도가 오는 2018년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역사를 재조명하고 화합과 상생을 위한 다양한 기념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3개 시·도는 지난 10월19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회의실에서 제10회 호남권 정책협의회를 갖고 전라도 천년 정사 편찬 등 11개 주요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시·도별 상징적 대표사업도 발굴하기로 했다.

주요 11대 사업을 보면 ▲전라도 천년 정사 편찬 ▲천년 문화유산 복원 ▲전라도 이미지 개선 홍보물제작 ▲천년기념 학술대회 및 특별전시회 ▲전라도 천년 기념식 ▲2018 전라도 방문의 해 지정 ▲기념상품 개발 ▲전라 밀레니엄 파크조성 ▲천년랜드마크 조성 ▲백두대간 호남정맥 생태관광 추진 ▲천년역사 문화관광활성화 등이다.

조선시대 제주도는 전라도 관할

전라도라는 행정구역은 고려 현종이 재위 9년(1018년)에 전국을 5도 양계로 개편하면서 강남도(江南道)와 해양도(海陽道)를 합쳐 전라도라 칭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강남도는 오늘날 전북지역이고, 해양도는 광주·전남에 해당된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전라도 행정구역에 변화가 생긴다. 고려시대에까지 육지와 별개로 존재했던 탐라(제주)가 전라도 관할에 편입된 것이다. 그래서 제주도는 조선시대 전라도 관찰사 관할하에 있었고 일제강점기에도 전라남도에 속해 있다가 1946년 8월1일 대한민국 행정법에 따라 제주도로 분리되었다.

결국 전라도의 지리적 경계는 광주와 전남·전북 3개 시·도뿐 아니라 제주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행정구역상 제주는 500여년간 전라도 땅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전라도 정도 천년 사업에 제주도를 포함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전라도 관할에 있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제주목의 목사가 제주 전지역을 관장하는 자주성을 가졌으며, 육지와 다른 주민의식의 독자성을 감안한다면 의제로서 약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할지 모른다. 또한 올해 초부터 논의가 시작돼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수립된 마당에 기본틀을 바꾸는 문제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전라도 천년 정사 편찬 ▲천년 문화유산 복원 ▲천년기념 학술대회 및 특별전시회와 같은 학술적이고 역사적 사실을 근간으로 하는 사업의 경우 중요한 팩트(사실관계)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이미 역사학계에서는 지리적 근접성과 활발한 교류활동을 근거로 호남과 제주를 아우르는 지방사 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

전남대 호남학연구원은 호남학의 정립을 위한 기초조사로 호남권의 지역자료 수집 및 정리작업을 하면서 과거 행정구역상 전라도에 속했던 제주지역에서의 조사연구 성과를 포함시켰다. 뿐만아니라 제주지역 학계에서도 호남학과의 관계속에서 제주학을 파악하려는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사업의 근본취지가 같은 생활문화권에 뿌리를 둔 지역간 상생과 화합이라면 제주도를 축제의 마당에 함께 초대해 훈훈한 우정을 나눠야 하지 않을까.

전라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종종 폐쇄성을 거론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전라도 천년사업이 호남인에게는 자긍심이요, 문화복원의 좋은 기회이지만 외부인의 눈에는 배타적 결속으로 비춰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역사에 길이 남는 천년 행사돼야

전라도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역사적 진실에 입각해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화합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주와 전남·전북 3개 시·도의 현재적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시적으로 바라보는 입체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이 공유될 때 호남권 정책협의회가 공동대응하고 있는 서울-제주 고속철 건설추진, 군산-목포 서해안철도건설, 호남권관광벨트구축, 공연예술단교류 등도 한결 원활해질 것이다.

따라서 전라도 정도 천년 사업을 3개 시·도의 주도로만 추진할 것이 아니라 역사학계와 언론 등 네트워크의 연결고리를 잇는 기관들과도 함께 손잡고 프로그램을 만들어가야 한다. 참여기관의 외연을 넓혀 천년 만에 맞이하는 행사를 역사에 길이 남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