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광주은행 JB금융지주 2년, ‘얻은 것과 잃은 것’

광주은행 JB금융지주 2년, ‘얻은 것과 잃은 것’
박준수 기획실장 겸 이사


입력날짜 : 2016. 10.03. 19:22

광주은행이 2014년 8월 전북은행이 대주주인 JB금융지주에 편입된 지 2년여 만에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섰다. 4조원대 광주시금고를 지키기 위해 시중은행들과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제1금고는 광주은행이 시 전체 예산(2012년 기준) 3조5천629억원 중 3조4천776억원을, 제2금고는 KB국민은행이 853억원을 각각 맡고 있다.

연말 재선정을 앞두고 시의회는 지난 9월초 시금고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를 개정했다. 개정의 골자는 영업점 분포 기준을 지역 관내에서 전국으로 확대한 것으로, 시중은행에도 상징적으로나마 문호를 개방했다.



성장-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아



이에 따라 기존 국민은행 외에 농협중앙회, 신한은행, KEB 하나은행 등 모두 4개 시중은행이 시금고 유치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어 광주은행이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시금고는 1969년부터 2006년까지 38년간 광주은행이 수의계약으로 독점 수탁했다. 여기에는 주민의 이용편의성과 지역자금의 역내 환원이라는 합리적 명분과 향토애적 정서가 반영됐다. 그러나 독점의 폐해가 나타나자 행자부가 수의계약을 입찰 방식으로 변경함에 따라 지난 2007년부터 경쟁에 의한 금고선정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시금고 선정은 ‘룰’ 변경과 더불어 광주은행이 JB금융지주에 편입된 이후 첫 통과의례라는 점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한 광주은행 행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예전과 다르게 시금고를 해서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손익을 떠나 자존심 문제다”며 “광주은행이라는 이름으로 광주시금고를 잃어버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향토은행으로서 안방금고를 시중은행에 허락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수성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JB금융지주 편입 이후 짧은 시간에 광주은행을 강소은행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자신감도 묻어난다.

김한 행장은 지난 2년간 시장 외연확대와 이익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탁월한 경영 성과를 보여주었다. 광주은행은 소매금융 중심의 소형 전략 점포를 확대해 수도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서울 18개 점을 포함한 수도권 27개 점포를 개설해 수도권 영업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수도권 소형 전략점포를 60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시중은행들이 서울지역 점포를 대폭 축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뿐만아니라 광주은행은 꾸준한 이자이익 개선과 비용 효율화에 힘입어 올해 전년대비 100% 이상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올해 상반기 지난해보다 153.5%가 증가한 6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최근 저금리 기조에도 저원가성 예금증가 등으로 2분기 순이자마진이 전분기 대비 0.06% 포인트 상승한 2.19%를 기록했다. 영업이익경비율은 전분기 대비 2.7%포인트 개선된 53.7%를 나타내 성장 및 수익성뿐 아니라 경영효율성도 크게 개선됐다.

이러한 광주은행의 약진은 김한 행장의 리더십에 기인한다는 평가가 많다. 김 행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 예일대 MBA를 졸업한 후 회계법인과 미국GM본사 등을 거쳐 증권사 임원, 금융감독위원회 기업구조조정위원 등 증권·보험·은행업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이다. 김 행장의 탁월한 경영수완이 광주은행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



향토은행 이미지 재구축 필요



광주은행은 그러나 향토은행으로서 브랜드 이미지 재구축에는 매끄럽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JB금융지주에 편입된 이후 마뜩찮은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23년간 유지하던 역도팀을 지난해 전격 해체했다. 프로축구 구단 광주FC의 지원금도 중단한 상태이다. 올들어 배드민턴 실업팀 창단과 가칭 광주한국화대전 미술대회 개최 계획 등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내놓았으나 시금고 재선정을 앞두고 선심성 발표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게다가 많은 일선지점을 통폐합하는가 하면 2층으로 이전하는 점포수도 늘어나 고객 편의는 외면한 채 수익만을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비자 평가의 지표상으로도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금융소비자연맹이 발표한 ‘2016 좋은 은행’ 평가에서 국내 16개 은행중 10위를 차지해, 부산, 경남, 제주 등 다른 지방은행에 뒤쳐졌으며 전년보다도 하락했다. 또한 6개 지방은행 평판도에서도 부산, 경남, 대구은행에 밀리고 있다. 브랜드 빅데이터 분석은 브랜드에 대한 긍부정 평가, 미디어의 출처와 관심도, 소비자들의 관심과 소통량, 이슈에 대한 커뮤니티확산, 콘텐츠에 대한 반응과 인기도, 커뮤니티 점유율, 마케팅에 대한 효과를 측정할 수 있다.

광주은행은 JB금융지주에 편입된 이후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향토은행으로서 정체성을 스스로 희석하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