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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국발 금리 인상과 주택시장 후폭풍

미국발 금리 인상과 주택시장 후폭풍
박준수 본사 기획실장 겸 이사


입력날짜 : 2016. 09.05. 20:08

지난달 광주 남구 효천1지구 중흥S-클래스 1천190가구 분양에 4만8천여 명의 청약자가 몰려 40.7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해 한 여름의 폭염을 무색케 했다. 특히 B-3블록 전용 84㎡ B타입은 1순위에서만 2천738명이 몰려 124.45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효천1지구는 혁신도시와 가깝고 전남 시·군으로 연결되는 남부 관문에 위치해 이곳으로 출퇴근이 용이하고, 효천역 역세권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입지적인 장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높은 청약경쟁률은 올해 상반기 광주지역 주택시장이 하향세를 보여왔고, 하반기 역시 상반기보다 더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한 상황을 감안하다면, 투기수요가 가세한 과열양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당첨자 발표 직후부터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탈락한 청약자들을 상대로 최저 300만원에서부터 최고 2천200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을 붙여 분양권 판매에 나서고 있다.

현행 법상으로는 분양권 전매는 계약시점으로부터 1년 이후부터 가능한데도 중개업자들이 벌써부터 입도선매를 조장하고 프리미엄 호가 올리기에 극성을 부리고 있다.



높은 청약경쟁률 투기수요 반영



이러한 중개업자들의 수법은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공급위주 정책을 펴면서 활개치고 있으나 실수요자들은 그만큼 비싼 가격에 주택을 구입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에서 건전한 주택시장 형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투기장으로 변한 데는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유동성 과잉으로 빚어진 현상때문이다. 넘쳐나는 시중자금이 불안한 증시보다는 부동산시장으로 쏠리면서 비교적 환금성이 높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주택공급을 늘리고 담보대출을 확대하는 등 지나치게 부동산 의존정책을 편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경제를 위협하는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천257조3천억원으로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최대규모이다. 1
년 전보다 무려 125조7천억 원이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짊어진 빚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로서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뿐 아니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과 할부금융 등 판매신용까지 합친 금액이다. 특히 가계부채의 절반이상이 주택담보 대출이고, 상호저축 등 비은행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이 266조6천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미 금리 인상시 한국경제 큰 파장



그런데 문제는 미국발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재닛 옐런 의장이 지난달 26일 와이오밍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인상 시기는 9월 또는 12월 중으로 점쳐지고 있는데 빠르면 9월에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배경은 성장률(2%)과 고용율이 정책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고 인플레 발생 가능성이 있어 유동성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양국간 금리차로 인해 달러화가 대거 유출될 것이 분명하다. 그럴 경우 증시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비해 한국은 최근 일본과 통화 스왑(swap)협정을 맺었다. 또한 달러화 강세로 인해 한국산 제품의 대외경쟁력은 높아지겠지만 반대로 수입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25일 정부가 공공택지 공급물량 감축, 집단대출 보증심사 강화, 대출보증 1인당 2회 제한 등을 골자로 한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한 것도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에 대응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발 금리 인상에 대응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한국은행은 미 연준이 연내에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 하에 현행 1.25% 금리를 동결했다. 그리고 아직 금리인하 효과가 실물경제에 스며들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국은행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어떻든 전반적인 국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국내 주택시장은 상당 기간 조정국면을 거칠 것이란 분석이 타당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