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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주문협 선거와 광주문학관 건립에 대하여

광주문협 선거와 광주문학관 건립에 대하여
박준수 본사 상무이사


입력날짜 : 2017. 01.02. 19:58

정유년 벽두 광주문인협회가 새 회장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10일 치러질 제12대 광주문협 회장선거에 황하택 시인(77)과 임원식 시인(75)이 칠순이 넘는 고령에도 불구 출사표를 던졌다. 문협은 여러 예술단체 가운데서도 비교적 조용한 단체이다. 요즘 세간에 회자되는 문화권력에도 끼지 못한다. 그럼에도 원로격에 해당하는 두 시인이 자존심을 걸고 한판 승부에 나선 것이 이채롭다.

그 배경에는 광주문학관 건립이라는 문학계 숙원사업이 자리하고 있다. 전국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문학관이 없는 곳이 광주이다. 지난 10년간 광주문학관 건립을 추진해왔으나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혀 진척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 후보가 일제히 광주문학관 건립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고 저마다 해결사임을 자처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광주는 한국문학의 텃밭이자 밑둥이다. 남도의 순수 서정을 노래한 ‘시문학파’의 주역 용아 박용철을 비롯 양림동 언덕에 머물면서 기독교 정신과 근대성을 천착한 김현승이 선구이다. 이어 6·25와 60년대 시대적 전환기에 한국문단을 빛낸 박봉우, 박성룡, 70년대 유신정권에 저항한 이성부, 조태일, 김남주, 양성우, 80년대 민주화를 타는 목마름으로 노래한 김준태 등이 한국문단을 떠받쳐왔다.



광주는 한국문학의 텃밭



특히 광주문학은 5·18을 기점으로 ‘광주정신’을 지향점으로 새로운 지층을 형성하게 된다. 유신독재와는 또 다른 시대적 암흑 속에서 처절하게 희망을 갈구했던 몸부림이 광주문학의 현장이다.

그러나 지금 광주문학은 피폐할 대로 피폐해 있다. 연극이 끝난 무대처럼 배우도 관객도 없는 컴컴한, 그리고 삐걱거리는 광속처럼 으슥하다.

혹자는 수많은 지역문인과 문집출판 발행 숫자를 가지고 말할 지 모른다. “광주는 시인들로 가득찬 도시”라고. 그러나 문학은 양으로 따질 일이 아니다. 시대정신과 휴머니티를 얼마나 언어예술로 잘 직조해내느냐가 판단기준이다.

문인협회 선거 때만 잠시 활동하는 시인이 아니라, 보고서를 내듯 찍어내는 시집이 아니라 시대와 호흡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문학이 진정한 예술이다. “혀로 쓰는 시는 작위적이어서 씻김굿처럼 공허하고 가락이 빨라 일시적으로 독자를 현혹시킬지 몰라도 진솔함이 드러나지 않아 영혼을 울릴 수 없고 두 번 다시 읽으면 싫증을 느낀다”고 어느 시인은 지적했다.

‘시는 몸으로 쓰고 영혼으로 쓴다’고 괴테는 말했다.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소박한 시 한 줄을 밤새워 쓰는 이름없는 시인이 더욱 절실하다. 그리고 그 작품의 옥석은 수준 높은 독자가 선별하게 된다.



광주문학관 건립되어야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은 시집을 내놓을 때마다 지역문학의 공허함을 새삼 경험하게 된다. 우선 시집을 선보일 유통채널이 없어 대부분 지인들에게 재능기부 형식으로 선물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정성들여 사인까지 한 시집들이 휴지통에 버려져 있는 것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누군가는 이러한 세태를 두고 ‘대답없는 세상에서의 시’(Poetry in a world with no answers)라고 안타까워 한다.

그런데 수준 높은 독자가 저절로 잉태되는 것은 아니다. 판소리에서 귀명창이란 말이 있듯이 시 행에 스며있는 은유적 표현의 그윽한 향기를 맡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문학수업이 충실하게 이뤄져야 할 뿐 아니라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시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문학사적으로 의의가 있는 작가와 작품들은 마땅히 보존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에 문학관이 서둘러 건립되어야 한다. 문학은 기록의 예술이자 당대의 시대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전시와 공연중심의 예술정책은 이제 재고되어야 한다. 또한 문인들의 생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유럽의 도시들은 그 지역출신 작가의 생가를 보존해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 문화예술의 정수인 문학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적어도 광주에서만큼은 문학이 죽순처럼 우뚝 솟아나야 한다. 그래야 예향이고 문화수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