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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밀의 화원’ 발산공원

‘비밀의 화원’ 발산공원
박준수 본사 상무이사

  • 입력날짜 : 2017. 03.06. 19:30

광주의 대표적인 달동네인 서구 양3동 발산마을. 야트막한 산자락에 서민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곳은 시골 풍경이 남아 있고, 골목 이곳저곳에 묵은 세월의 흔적이 들꽃처럼 피어있다.

발산마을은 광주 산업화의 역동적인 현장이자 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다. 마을앞 광주천 건너편에 일신·전남방직과 삼학소주 광주공장 등 대규모 공장이 있었고, 광천공단이 가까워 저임금 공장노동자들이 살기에는 적합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반경 1.5km 안에 각급학교들이 몰려있어 시골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값싸게 자취할 수 있는 곳이었다.



광주 산업화의 역동적인 현장



발산마을은 70~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해 주민수가 2만명까지 달했다. 방직공장의 호황과 함께 때마침 인근 양동시장에 복개상가가 조성되면서 인구유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지역보다도 골목상권이 활기를 띠었다. 발산교에서 마을로 들어서는 골목엔 각양각색의 상점들이 빽빽이 들어차 ‘발산의 명동’으로 불렸다. 약국을 비롯 의상실, 제화점, 식료품가게, 이발소, 미용실, 다방 등 온갖 업종의 점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구가 크게 줄어들고 대부분의 상가가 문을 닫은 채 한적한 골목길로 남아 있다.

오랜 시간 개발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던 발산마을이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마을재생 프로젝트 덕택이다. 발산마을은 2014년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15년 창조문화마을사업·새뜰마을사업, 2016년 도시재생사업에 잇따라 선정되어 달동네의 낙후된 모습을 벗고 생기넘치는 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이들 사업은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여 주민의 삶속에 들어가 함께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 사람들은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 방식과 달리 빈 공간을 문화로 채우는 창조플랫폼 재생전략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젊은이와 예술가들이 꿈을 좇아 찾아드는 희망의 언덕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재생사업을 통해 발산마을은 볼거리, 즐길거리, 살거리, 먹거리, 일거리가 있는 주민주도형 공동체모델로 거듭나 지역 경제 활성화와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발산의 최대 강점은 천혜의 생태적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 정상부의 넓은 면적이 발산공원으로 지정돼 있을 뿐만아니라 마을 아래로는 광주천이 흐르고 있다. 아울러 발산은 의외로 교통 접근성이 양호한 지역이다. 광천동 버스터미널과도 가깝고 지하철 돌고개역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 또한 광주천과 인접해 자전거를 타고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이처럼 도심 한복판에 배산임수의 입지여건을 갖추면서 생생한 역사문화 자원을 가지고 있는 지역은 매우 드물다.

발산공원은 전체면적이 약 3만3천평(109,550㎡)로 양동 옛 서부경찰서 부지에서부터 농성동 광천초교에 이르는 긴 능선을 이루고 있다. 현재는 야산형태로 밭 등 개간지와 묘지, 나대지, 과수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광주시는 2006년부터 착수한 공원부지에 대한 토지매입을 올해 연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또한 하반기에 기본계획과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발산마을은 아직 상업주의와 개발의 손길로부터 처녀성을 간직한 순수한 자연마을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그 안에 ‘비밀정원’처럼 발산공원이 감춰져 있었다.



생태·예술 접목한 랜드마크로



이같은 발산마을의 독특한 문화 역사자원과 결합해 공원을 개발하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발산공원 부지에 조각공원과 시비 등 문학공원을 조성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공원을 관통하는 도로 위로는 무지개 다리를 가설해 동선이 끊기지 않으면서도 이색적인 조형물을 랜드마크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광주천 뽕뽕다리와 이미지를 연결하면 훨씬 강력한 브랜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진행중인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국제예술인촌’으로 만들어 외국작가들이 머물면서 아시아 문화예술 교류와 창작의 발신기지가 되면 좋을 것 같다. 여기에 연극마을을 더해 예술마을로 조성하는 계획은 어떨까. 발산의 독특한 역사와 스토리를 가지고 연극을 만들어보는 ‘발산마을 연극제’를 개최하기도 하고, 주택을 개량해 소극장으로 꾸며 상설 연극무대를 만들면 보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흥행시키고 취약한 MICE산업을 키우는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