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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기대선과 호남의 선택

조기대선과 호남의 선택
박준수  본사 상무이사

  • 입력날짜 : 2017. 02.06. 20:06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판결이 남았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대선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정치권과 대선 주자들은 벌써 ‘벚꽃대선’을 염두에 두고 조직정비와 공약개발 등 민심 끌어안기에 연일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판세를 보면, 충청권 대망론을 지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전격 출마를 포기함에 따라 문재인 대세론이 탄력을 받는 상황이다. 여기에 안희정 충남지사와 황교안 국무총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여론조사의 지지도가 촛불민심에 도도히 흐르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리더십을 선택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이다. 


촛불민심을 제대로 바라봐야 

이번 대선은 형식적으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비롯된 헌정질서 파괴를 민주적 절차를 밟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수개월 동안 광장에 모여 촛불을 통해 정치개혁의 열망을 분출시켰다는 점에서 여느 대선과는 다른 문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과 대선 주자들은 촛불민심이 잉태한 새로운 정치현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독법(讀法)을 깨쳐야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촛불민심은 국민들이 주권에 대한 각성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낡은 정치관행을 타파하고 새로운 국가운영의 패러다임을 구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5·18, 6·10 항쟁의 연장선상에 서있다. 특히 이번 촛불민심은 세대와 계층, 지역을 초월한 거국적인 현상으로 그동안 지역주의에 기반한 기득권 체제의 해체를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지역패권을 지렛대로 정권을 창출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특정지역과 집단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정치사슬이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들은 이제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정치를 생각하지 않는다. 광장의 토론경험을 통해 국민들의 정치의식은 한층 높아졌고 주체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전통 야당의 텃밭으로서 지난 제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90% 이상 몰표를 밀어주었지만, 지난해 총선에서는 안철수가 이끄는 신생 국민의 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호남이 이번 제19대 대선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 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조기대선에 임하는 호남의 민심은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고 이성적이다. 호남의 관심사는 과거처럼 여당이냐 야당이냐, 혹은 호남출신 인물이냐 하는 이분법적 선택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누가 호남을 깊이 이해하고 지역발전에 대한 청사진이 잘 준비되었는가를 평가하고 있다.

획기적인 지역공약 제시돼야

 호남출신의 유력한 대권 주자가 없는 이번 대선에서 호남은 ‘분산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 야권내 유력주자뿐 아니라 과거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보수정당 후보에게도 호의적인 관심을 보일 것 같다. 최근 (사)광주전남언론포럼에서 주최한 대선 주자 초청 토론회 모습만 보더라도 이런 변화된 인식을 읽을 수 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 바른정당 소속 주자의 토론회에 의외로 많은 지역민들이 참석해 열띤 응원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두 대선 주자들도 호남에서의 뜻밖의 관심에 고무된 표정이 역력했다.
따라서 민주당이나 국민의 당이나 호남의 민심을 ‘집토끼’ 바라보듯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대세론이나 제3지대론이나 모두 정치권의 수사일 뿐 국민과 호남의 관심은 삶의 질이 얼마나 좋아질 것인가에 쏠려있다.
민주당과 국민의 당이 지지를 받으려면 호남의 지역발전과 관련 획기적인 공약이 제시돼야 한다. 4차산업혁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 아시아문화전당과 빛가람혁신도시, 전기자동차 등 이미 시작된 사업을 어떻게 꽃피울 지에 대한 상세한 로드맵이 하루 빨리 나와야 한다. 지난번 광주전남언론포럼에 참석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광주과기원과 전남대 등과 연계한 4차산업 육성과 테크노밸리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피력한 바 있다. 지금 촛불정국에 가려 국민의 후퇴한 생활상이 언론에 제대로 비춰지지 않고 있는데 국가경제와 지역경제가 정말 심각한 상황이란 걸 대선 후보들은 명심해야 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이 가슴에 절로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