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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월대선과 광주정신

오월대선과 광주정신

 

 

제19대 대선일이 약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각 당의 본선 진출자들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세월호 인양 등 어수선한 정국 속에 치러지는 예선은 과거와 달리 대체로 조용한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한 양상으로 후보 선출로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 대선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헌정질서 문란으로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한다는 측면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특히 87년 6월 항쟁이후 30년의 민주 대장정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미래의 항로를 설정하는 역사적인 대전환점에 서있다. 이러한 인식은 촛불집회에서 광장의 토론을 통해 국민적 열망으로 승화되었고, 헌재 판결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오월광주와 직면하는 시간



더욱이 이번 대선일은 오월 광주정신과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주의 열기가 한창 달아오르는 5월에 선거가 실시될 뿐 아니라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5·18 37주년을 맞이해 5월정신의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정부 출범 때 가장 엄숙하게 진행된 이래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로부터 외면 당했던 기념행사가 다시 정당한 평가를 받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5·18은 한국현대사에서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민주주의 확장의 원점이다. 그러므로 어느 후보가 승리하든 광주는 민주성지로서 정치적으로 새로운 좌표를 확립하는 소명을 부여받은 것이다.

따라서 광주정신의 원형을 깊이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광주정신의 본질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잉태하는 모태로 정의될 수 있다. 역사적 전환기에 암흑을 뚫고 시대의 새벽을 열어온 ‘빛의 땅’이었다. 낡은 것과 모순된 것을 청산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개혁의 깃발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대선 뿐 아니라 이후 정국에서 어떤 위상을 견지할 것인가가 이번 대선에서 지역민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그리고 호남의 결집이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힘있는 지도자의 배출과 더불어 합리적인 명분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선 이번 대선에서 호남은 경쟁력있는 후보를 내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있다. 천정배, 박주선, 최성 등 유력한 인물이 나서기는 했으나 지지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뒤늦은 출사표는 돌풍을 만들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어 전북출신 김종인이 제3지대에서 세력결집을 도모하고 있으나 얼마만큼 파괴력을 가질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합리적인 선택의 중요성



또한 이번 선거는 탄핵의 여파로 지역색과 이념이 옅어지는 대신 후보 개인의 리더십과 역량이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긴박한 재난상황에서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해 귀중한 생명을 지켜내지 못한 아픈 기억을 국민들은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제대로 국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반대세력에 대해 적대감으로 응수하는 지도자를 다시는 원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저출산·고령화·저성장으로 집약되는 한국사회의 커다란 난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풀어낼지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여기에 덧붙여 지방자치 확대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 전환도 당면과제이다. 그런데 이들 국가적 과제는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물이어서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절박함이 있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쌓였던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이다.

자칫 방치했다가는 선진국 문턱에서 밀려나기 십상인 이들 현안을 숙련된 외과의사처럼 노련하게 다룰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최종적으로 본선 진출자의 진용이 짜여지면 우리는 다시 한번 눈을 씻고 냉정하게 선택지를 바라봐야 한다. 과거처럼 지역패권주의에 휘말려 영혼없는 투표를 해서는 안된다. 대세론이냐, 반문론이냐라는 단순 논리를 떠나 실력있고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후보를 눈여겨서 선택해야 한다.

지난 겨울 천만 개의 촛불이 길을 밝혀 마침내 봄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 한반도에는 온갖 꽃들이 화사한 자태를 뽐내며 상춘객의 눈길을 사로잡으러 아우성치고 있다. 그 중에는 ‘사꾸라’도 있고 ‘벚꽃’도 있다. 오월 광주정신에 비춰보면 누가 ‘벚꽃’이고 ‘사꾸라’인지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한달 후, 다가올 오월에 광주 정신으로 또 한번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결의를 다져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