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로부터 받은 편지
오월이면 어김없이
집 마당에 배달되는 너의 편지
한 줄 한 줄
예쁜 손 글씨로 써내려간
너의 붉은 마음
젊은 날 가시를 내밀었던 너의 손을
아프게 만졌던 그날처럼
곱게 접어둔 사연을 꺼내어
흐린 눈으로 다시 읽는다
그때 너의 집 담벼락은
무척 높았고 너머로 붉은 꽃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걸
하염없이 바라보며
나는 더 이상 답장을 쓸 수 없었다
오월이면 어김없이
집 마당에 배달되는 너의 편지
가시에 찔려 피 흘렸던 청춘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생각하며
바람에 흘러간 꽃잎에 입맞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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