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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여수항구에서

여수항구에서

 

불현듯 찾아간 여수에 
동백꽃 대신 초여름 가랑비에 흠뻑 젖어서 가네

 

젊은 날 여인을 만나러 간
허름한 2층 음악다방에
뻘줌하게 앉아 있다가 슬그머니 돌아선 그날처럼

 

삐걱거리는 계단에 넘어질듯
출렁이는 파도 위에 자꾸 흔들거려
바위 틈새로 흘러드는 물보라에
동백꽃잎이 쓸려가네

 

항구에 닻을 내린 오동도에
돌산대교 은은하게 비치는 밤바다도 못보고
추억은 물안개가 되어 알싸하게 흘러가네

 

불현듯 찾아간 여수에 
남몰래 철석철석 가랑비에 젖어서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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