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모양성에서
고창 모양성에 올라 보니
푸르른 산천에 조상들의 숨결이 아름답게 서려있네
하늘에 절반쯤 올랐다 하여 이름 붙여진 반등산(半登山)
해설사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 귀에 솔깃하네
산적으로부터 보쌈당한 새색시가 신랑이 오기를 염원하며
사흘을 기다렸지만 결국 오지 않았다는 한 맺힌 설화
선운산 중턱에는 지아비를 기다리다 돌이 돼버린 망부석
남도 여인네의 지극한 순정이 천년이 지나도록 가슴을 울리네
성안에는 수 백년 묵은 노송이 맑은 기운을 품고
주인 없는 관아와 객사가
옛 모습 그대로 위엄을 부리네
절터가 있었던 자리에는 울창한 대나무 숲
맹종이 죽어가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간절한 기원으로 한 겨울에 죽순을 갖다드린 효심깃든 맹종죽(孟宗竹)
나뭇가지에서 피고, 땅에 떨어져 피고, 마음속 피어나
한번 태어나 세 번 핀다는 꽃
다른 꽃이 열매를 맺도록 요절하는
희생정신이 고결한 동백꽃의 사연
푸른 보리밭에 볕이 들어 풍성한 땅, 고창에서
우리 민족의 순수하고 숭고한 얼과 혼을
마음속 깊이 느끼지 않을 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