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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바투 동굴에서

 

           

            바투 동굴에서

 

시바신의 아들 무르간신이
파수꾼처럼 중생들을 내려다보며
동굴로 들어가는 문 앞에 우뚝 서 있다

 

세속의 업보를 등에 지고
300개의 계단을 허리 굽혀 올라야만
닿을 수 있는 천국의 길목

 

눈앞에는
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옮겨놓은 듯
하늘로 이어지는 까마득한 첨탑들

 

바람, 물, 석회암이
억겁의 시간 속에 저절로 녹아들어
아름다운 신의 궁전을 만들었다

 

벽에는 시바신이 손수 쓴 경전인가
담쟁이 넝쿨이 꿈틀대며 오르는 듯
방울방울 법어가 피어나고 있다

 

한쪽 구석에는 악마가 발톱으로 그린 지옥도가 있다
뿌리가 뽑힌 뽕나무가 인간의 죄악을 도리깨질하고 있다

 

신인 듯 인간인 듯
순례자를 바라보는 원숭이

 

‘중생이여, 신발을 벗고 기도하라’
‘벌거벗은 무욕의 심성으로 신에게 경배하라’
마음 한구석에 울려 퍼지는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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