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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주은행, 금융리더십 발휘해야

광주은행, 금융리더십 발휘해야
박준수 본사 상무이사

새 정부 들어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지역 내 거버넌스(governance)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지역경제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광주은행이 JB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는 내부방침에 따라 지주회장을 겸한 김한 행장 후임으로 송종욱 부행장을 내정했다. 송 부행장의 발탁은 은행 창립 49년만에 첫 자행출신 행장 탄생이라는 점에서 은행 안팎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행출신 수장 탄생 높은 기대감

그동안 광주은행의 수장은 시중은행과 증권회사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도맡아 자행출신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유리천정’에 가로막혀 있었다. 그러나 당초 연임이 점쳐졌던 김한 행장이 겸직에 따른 업무부담을 해소하고 사업다각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행장 자리를 내부 임원에게 물려줌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송 부행장의 행장 내정에 대해 은행 내부는 물론 광주상의 등 지역 경제계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그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여기에는 광주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지역출신인 만큼 지역내 영업기반 확충과 중소기업 지원 강화 등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1968년 지역상공인들이 출자해 설립된 지방은행으로 그동안 꾸준히 성장해오다가 외환위기 때 대우채(債)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경영부실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지역기업과 투자자의 손실이 적지 않았다. 2000년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우리금융지주에 속해 있다가 민영화 단계에 이르러 지역환원에 대한 열망이 컸으나 2014년 전북은행이 대주주인 JB금융지주에 인수되었다. 따라서 지역민의 기대와 달리 완전한 지역환원을 이루지 못한 광주은행이 지역정서를 잘 이해하고 내부사정에 밝은 자행출신 인사를 행장으로 선임한 것은 여러 가지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지방은행은 지역경제의 핏줄과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시중은행보다 점포 밀집도가 높고 개별기업의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어 저비용으로 고품질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지역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미국에선 자금 역외유출 방지 등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광주시 등 지자체가 과거 오랜 동안 금고를 광주은행에게 독점적으로 위탁해온 것이다.

광주은행이 오늘날 우량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경영진의 선구적인 혁신활동과 효율적인 관리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김한 행장 취임 이후 정보기술 기반의 디지털금융이라는 환경변화속에서 제한적인 고객군과 전통적인 영업방식을 고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변화와 혁신을 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 자본주의는 금융이 주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부가가치를 획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기에 덧붙여 지역민의 지방은행에 대한 애정이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반세기 동안 지역경제의 버팀목으로서 역할해온데 대한 믿음을 가지고 충성고객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JB금융지주 편입 이후 지역민이 체감하는 광주은행의 행보는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었다. 시장 외연확대와 수익성에 치중한 나머지 지방은행으로서 정체성과 역할은 희미해졌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지난 2-3년 사이 많은 일선지점을 통폐합하는가 하면 2층으로 이전하는 점포수도 늘어나 고객 편의는 외면한 채 수익만을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은 광주전남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말 지점 수가 141개(광주 94, 전남 47)에서 2016년말 111개(광주 73, 전남 38)로 30개 지점이 사라졌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지점은 261개에서 258개로 단지 3개 지점이 줄어 거의 변동이 없었다.

향토은행의 정체성 재정립 필요

뿐만아니라 수도권과 대기업 위주 영업에 비중을 두면서 상대적으로 지방 중소기업이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대출문턱이 높을 뿐 아니라 금리도 시중은행에 비해 높다는 지적이다.

광주은행은 특히 향토은행으로서 브랜드 이미지 재구축에 매끄럽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지난해 배드민턴 실업팀 창단과 광주한국화대전 미술대회 개최 계획 등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내놓았으나 시금고 재선정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진정성에 의심을 산 바 있다.

오는 9월말 새 수장에 취임하는 송종욱 행장은 첫 번째 과제로 광주은행을 지역민의 기대와 일치시키는 이미지 메이킹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광주은행이 지역경제의 순환체계에서 확실하게 금융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은행의 고전적인 역할뿐 아니라 사회공헌과 지역발전 어젠더 제시 등 창조적인 활동도 병행해야 한다. 그것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광주은행이 지속발전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