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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주문학관 건립, 문인들이 나섰다

광주문학관 건립, 문인들이 나섰다


광주문학관 건립 문제가 지역 문단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붓 하나에 의지해 ‘자아의 세계화’에 영혼을 불사르는 문인들이 삼복 염천(炎天)에도 아랑곳 않고 결사에 나섰다. 지난 7월17일 지역 문인단체, 학계, 언론, 사회단체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광주문학관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결성, “남도문학을 향유할 거점공간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상의 방 한 칸을 마련하기보다 골방에서 녹슨 펜으로 시를 쓰는 게 자랑인 문인들이다. 높은 천정에 매달린 샹들리에의 화려한 불빛보다 무너져 내리는 지붕 틈새로 언뜻언뜻 보이는 별빛이 경이로운 게 시인의 마음이다.

 

유일한 ‘문학관 不在’ 도시

 

그래서인지 ‘예향의 고장’이자 ‘아시아문화의 중심도시’를 자처하는 광주에는 아직 문학관이 없다.  도심 곳곳에 미술관이 산재하고 박물관이 번듯하게 자리하고 있지만 예술의 맏형이라 일컬어지는 문학은 문패를 걸어둘 거처마저 궁색하다. 유럽이라면 길거리 노천카페에서 문인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열띤 담론을 펼치겠지만 우리에겐 아직 낯선 풍경이다. 
지난 20여 년간 해법을 궁리해왔건만 각자의 다락방에서 원고지와 씨름하는데 익숙한 문인들에게 문학관은 쉽게 풀어낼 수 없는 난제로 남았다. 사실 그 사이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백억원이 넘는 예산이 확보돼 문학관 마련에 시동이 걸렸으나 추진과정에서 파열음이 생기면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문인들은 큰 상처를 입었고 지금도 그 후유증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다행히 새 정부 들어서 희망이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에 광주문학관 건립계획이 포함돼 광주문인들의 숙원을 풀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지난 6월 16일 광주문협 주최 ‘제20회 시민과 함께 하는 시화전 및 시낭송회’ 행사에 참석한 염방열 당시 광주시 문화관광체육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7대문화권 사업의 하나로 문학관 건립이 명시돼 있다”며 “이를 근거로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순조로울 것 같은 문학관 건립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이번에 결성된 광주문학관 건립 추진위원회에는 광주문인협회를 비롯, 광주전남작가회의, 문학지 발행인, 학계, 경제계 등 인사들이 대거 망라돼 충분한 대표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문인들의 통일된 의견이 중요한 만큼 문인단체들이 뜻을 하나로 모아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당연한 얘기인 것 같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아 문인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전라도는 예로부터 한과 신명이 깃든 땅으로 불리었다. 그래서 문학과 예술이 풍성하게 꽃피워왔다. 특히 광주·전남은 근·현대사의 질곡의 여정을 거쳐 오면서 문학의 우듬지로서 우뚝 선 고장이다. 남도의 순수 서정을 노래한 ‘시문학파’의 주역 용아 박용철을 비롯 양림동 언덕에 머물면서 기독교 정신과 근대성을 천착한 김현승이 선구이다. 이어 6·25와 60년대 시대적 전환기에 한국문단을 빛낸 박봉우, 박성룡, 70년대 유신정권에 저항한 문병란, 이성부, 조태일, 김남주, 양성우, 80년대 민주화를 타는 목마름으로 노래한 김준태, 황지우 등이 한국문단을 떠받쳐 왔다.

 

전라도 정신 담아내는 그릇

 

소설에서는 문순태, 한승원, 황석영 등 걸출한 작가들이 남도의 정신과 문맥을 옹골차게 펼쳐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광주문학은 광주정신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아울러 광주문학관은 이러한 전라도 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따라서 광주시는 문학관 건립을 단순히 시민공간을 하나 늘리는 민원성 사업으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광주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답게 만드는 견고한 초석을 놓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윤장현 시장이 진정으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시장이란 평가를 얻는다.
또한 광주문학관 건립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 뿐만아니라 콘텐츠가 핵심이다. 전국의 다른 문학관과 다른 광주만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박제화되고 획일화된 문학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광주정신과 남도문학의 진수를 담아내는 노력이야말로 광주문학관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광주문학관 건립을 실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