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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심에 답이 있다

민심에 답이 있다
박 준 수 부국장 겸 정경부장


입력날짜 : 2010. 07.20. 00:00

6·2 지방선거 이후 달라진 정치지형이 확연히 눈에 띈다. 민주당 압승, 한나라당 참패의 선거결과가 잉태한 판도변화가 여야관계를 포함한 정치전반에 깊은 습곡(褶曲)을 드러낸 형국이다.
선거로부터 달포가 지난 지금, 패자인 정부와 한나라당은 쓰나미가 휩쓸고간 해안처럼 어지러운 잔해를 치우고 흙탕물을 퍼내느라 야단법석이다.
게다가 여진으로 ‘영포라인’의 민간인 사찰 사건까지 불거져 집안꼴이 말이 아니다. MB집권 후반기 최대 시련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시계제로 상태에서 난기류를 만나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전면적인 인적쇄신을 통해 민심을 수습하고 국정현안에 속도를 내기 위해 비서실과 내각개편에 착수했지만 그 결과가 얼마나 국민들의 가슴속에 필(feel)을 꽂히게 할 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같다.
다만, 최근 단행된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만을 놓고볼 때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비롯 백용호 정책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박인주 사회통합수석 등 요직에 참신한 개혁적 인물보다는 TK중심의 ‘회전문인사’, ‘그나물의 그밥’이라는 정가의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머지 수석자리도 지역안배보다는 집권초기 ‘고소영’ 인사 컬러를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인적쇄신의 의미가 살아날지 의문이다.
특히 곧 있을 내각개편에서도 국민화합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친정체제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과연 청와대가 국민과 소통할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전반기 청와대 비서진에는 광주·전남 출신으로 정용화 연설기록비서관 이외에 1급 이상 고위직이 없었다. 뿐만아니라 내각에도 이귀남 법무, 장태평 농림수산, 이만의 환경부장관 등 3명이 등용됐지만 요직이 아니어서 아쉬움이 컸다. 따라서 이번 청와대 수석 및 내각인사에서는 광주·전남인의 소외감을 해소할 수 있는 포용력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가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 여담이지만 지난해 필자가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을 정치부장 세미나에서 만났을 때 청와대 및 내각인사에서 광주·전남 소외문제를 제기하자 동의를 표시하며 다음 인사에서 반드시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이 떠오른다.
이제 시선을 돌려 민주당의 집안사정을 들여다보자. 민주당은 6·2지방선거 승리 이후 한껏 고무된 분위기이다. 비록 텃밭에선 무소속 돌풍으로 고전했지만 수도권, 강원, 충청 등에서 선전해 전국적인 세력을 구축함으로써 정권재창출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달라진 위상 때문인지 민주당의 행보는 매우 낙관적인 상황인식이 이어지고 있다. 7·28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최대 관심사인 서울 은평을과 광주 남구에 자칭 무난한 인사를 공천했다. 장상 후보는 DJ시절 총리후보로 발탁됐었고, 장병완 후보는 예산전문가로서 지역 예산확보와 4대강 예산전쟁에서 핵심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승적 견지에서 민주당의 희생적 결단이 필요했다”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민심의 기류를 심층적으로 해부해보면 민주당에 대한 충성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은 명확해보인다. 그 원인으로는 경제난에 따른 정치에 대한 회의감과 영웅적 인물부재, 인지부조화(기대-만족의 괴리)의 확대 등으로 짚어볼 수 있다. 또한 보궐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상황을 가늠키 어려운 형국이다.
민주당이 2013년 집권고지를 향해 가야할 길은 아직 한참 멀다. 8부능선 쯤 올랐을 뿐 나머지 구간에는 가파른 칼날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의 낙관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긴장의 끈을 놓을 경우 한순간 덮쳐올 눈사태를 그대로 맞아야할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신한국당)이 두번씩이나 집권 9부능선에서 낙마한 뼈아픈 교훈을 민주당은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위기는 소리없이 닥쳐오는 법이다.
그리고 그 위기를 읽어내는 안목은 얼마나 사심없이 민심의 소리에 귀기울이는가에 달려있다. 청와대이든 정치권이든 민심위에 군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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